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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09 09:30 수정 : 2018.09.10 19:00

“목사직 세습은 성서의 정신에 완전히 위배된다.” 신약성서를 전공한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가 지난 5일 전북 완주의 한일장신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면서 오직 ‘섬김’으로 일관한 서서평 선교사 기림비를 가리키고 있다. 완주/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토요판 인터뷰] 신학자, 명성교회 세습을 말하다

세습금지한 교회 헌법 있으나
명성교회 교묘하게 빠져나가
목사 아들 다른 교회로 뺐다가
3년 뒤 담임목사로 청빙 ‘꼼수’
재판국 교회편들기에 반발 거세

신약성서 전공한 차정식 교수
“교회 성장은 목사 리더십 외에
교인의 헌신적 봉사 덕에 가능
목사 세습은 그 수고의 열매를
특정 혈족이 독점하겠다는 것”

“목사직 세습은 성서의 정신에 완전히 위배된다.” 신약성서를 전공한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가 지난 5일 전북 완주의 한일장신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면서 오직 ‘섬김’으로 일관한 서서평 선교사 기림비를 가리키고 있다. 완주/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교단에서 가장 큰 명성교회 담임목사 세습이 다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교단의 재판국은 지난달 초 명성교회의 손을 들어줬지만, 많은 목회자와 신학자, 신학생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오는 10일부터 열리는 예장통합 총회를 앞두고, 신학자인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를 만나 목사 세습 문제 등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5일 한일장신대 차 교수 연구실에서 했다.

교회는 무엇인가. 교회는 누구 것인가.

최근 교회에 관한 이러한 본질적인 질문이 우리 사회를 달구고 있다. 등록 교인만 10만명에 달하는 초대형 교회 중 하나인 명성교회의 담임목사 세습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있는 명성교회는 지난해 11월 교회의 최고 책임자인 담임목사(‘위임목사’ 또는 ‘당회장’이라고도 함)에 김하나(45) 목사를 청빙했다. 김하나 목사는 명성교회의 설립자이자 직전 담임목사였던 김삼환(73) 목사의 아들이다. 당연히 목사직 세습이라는 비판이 교회 안팎에서 쏟아졌지만, 총회 재판국은 지난달 7일 표결 끝에 명성교회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재판국의 이러한 판결은 오히려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장신대 총학생회가 2학기 개강하자마자 동맹 휴교를 결의했으며, 1천여명의 예장 목회자들도 지난 3일 세습반대 집회를 열었다.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서명에도 현재까지 1만명 가까이 참여했다. 기독교계가 특정 사안에 대해 이처럼 일치된 목소리를 낸 것은 유례가 드물다.

전북 완주에 있는 한일장신대로 신학자인 차정식(55) 교수를 찾아간 것은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차 교수는 미국 시카고대 신학부에서 신약성서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7년부터 한일장신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바울신학 탐구> 등 전문 신학서 뿐 아니라 <예수, 한국사회에 답하다>와 <한국교회, 개혁의 길을 묻다> <예수 인문학> 등의 다양한 대중서를 통해 한국사회와 교회를 신학적 관점에서 날카롭게 분석하고 비판해 오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장로신학대학교(장신대) 교정에 서울 명성교회의 김삼환-김하나 부자의 목사 세습을 비판하는 그림천이 걸려있다. 장신대 학생들은 명성교회의 세습에 반대해 동맹휴업을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누가 나의 어머니고 형제냐’는 예수의 물음

-명성교회 세습 반대 서명에도 참여했던데 이번 명성교회 세습 사태가 왜 문제인가.

“먼저 기본 전제로 둘 것은 내가 남을 정죄하거나 심판할 만큼 대단히 의로운 삶을 살아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논란이 되는 김삼환 목사나 아들 김하나 목사가 갖고 있는 목회자로서의 인정할 만한 많은 장점도 저는 갖고 있지 않다.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발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첫째, 한국 교회에서 비중과 영향력이 큰 김 목사 부자가 평소 한 공적인 발언을 어겼기 때문이다. 김삼환 목사는 평소 한국 교회의 순결함을 위해서 세습을 하면 안 된다고 얘기했다. 아들 김하나 목사도 절대로 세습을 하지 않겠다고 대외적으로 공언했다. 그래놓고 말을 뒤집음으로써 목사에 대한 불신을 재촉하고, 우리 사회의 냉소주의를 확산시켰다. 둘째는 세습을 금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헌법이 만들어졌으면 그것을 지키고 순종하는 게 지도적 위치에 있는 목사가 해야 할 일인데도 법의 취지를 무시하고 세습을 밀어부치고 있다. 매우 실망스럽다.”

교회 세습이 주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예장통합 교단은 2013년 9월 총회에서 세습(목회 대물림) 금지 조항을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헌법에 만들었다. 이 헌법(정치편 제28조 6항)은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 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 해당교회의 시무장로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총회 참석자(총대) 80%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그러나, 명성교회 쪽은 그동안 “김삼환 목사는 이미 2년 전인 2015년에 은퇴했기 때문에 ‘은퇴하는’ 목사가 아니라 ‘은퇴한’ 목사이다. 그러므로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에 청빙한 것은 법 위반이 아니다”고 주장해왔고, 총회 재판부는 이를 추인해줬다.

-신학적 측면에서는 어떤가.

“신학적 성서적 차원에서도 기독교의 근본 가치에 위배된다. 성경을 보면 초기 기독교에는 불교의 출가정신과는 조금 다르지만 하나님 나라의 공적인 가치를 위해서 집을 떠나 목숨 걸고 헌신하는 일종의 출가정신이 있었다. 예수님이 한번은 어머니와 형제들이 찾아와서 문밖에 기다린다고 하니까 ‘누가 나의 어머니이고 형제인가’라고 묻고는 제자들을 바라보면서 ‘바로 이들이 나의 어머니이고 형제이다’고 했다. 그때까지 종교적 언약의 전승에서 중요시되던 ‘혈연 가족’을 넘어 ‘하나님의 가족’을 지향한 것이다. 혈연 가족을 떠난다는 것은 자기 재산 등 사적인 모든 소유를 부정하는 무소유의 정신을 의미하는 것이다. 제자들도 예수의 그런 대의명분을 따라 헌신했다. 그것이 초대 교회의 중요한 토대가 됐다. 따라서 예수님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봤을까를 생각해보면 답은 분명하다. 성서의 근본정신에 대한 완전한 위배다.”

-명성교회는 오히려 성서를 들어서 세습이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주일 예배에서 고세진 목사(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전 총장)는 “예수도 하나님의 일을 물려받았다. 교회는 원래 세습으로 이뤄진다”고 했다.

“그건 초등학생이 들어도 말이 안 되는 어거지다. 상식과 기본 가치, 최소한의 지성이 있는 사람이면 쉽사리 분별할 수 있는 사안이다. 김삼환 목사와의 인연 등 사적인 의리관계가 작용한 것 같은데, 시카고대학교에서 근동고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는 등 지성을 추구하는 목회자이자 학자가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것은 정말 실망이다.”

-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가 영어 설교도 잘 하는 등 목사로서 실력이 있다면서 아들이라는 이유로 배제하면 안 되지 않냐는 주장도 하고 있는데.

“그것은 김하나 목사를 옹호하고 사후 승인하기 위해 주장하는 궤변이자 조잡한 논리이다. 목사의 능력과 자질은 정량적으로 따질 일이 아니지만, 설령 김하나 목사가 훌륭하고 목회자로서의 역량을 검증 받았다고 하더라도 명성교회는 비슷한 역량을 가졌거나 더 역량 있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을 배제했지 않았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회는 재벌회사나 기업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한 교회가 성장하고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구현하는 사역의 현장에는 목사의 리더십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안 된다. 일반 교인이 조직의 한 구성원으로서 헌금과 봉사 등으로 헌신해야 한다. 따라서 목회직을 세습하는 것은 여러 사람이 바친 기도와 수고한 사역의 모든 열매를 특정 혈족의 아들, 사위 등 가족이나 이해관계가 얽힌 소수의 그룹이 독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에 절대적으로 역행하는 일이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공동대표인 김동호 목사가 지난해 11월22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와 장남 김하나 목사의 교회세습을 비판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세상의 웃음거리 된 교회

명성교회의 변칙적인 세습은 치밀한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설립자인 김삼환 목사의 정년 퇴임(2015년 12월)을 2년여 앞둔 2013년 9월 교단에서 세습금지법이 만들어졌다. 당시 명성교회 쪽은 총회장에서 거세게 반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인 2014년 3월 김하나 목사는 명성교회가 개척해놓은 새노래명성교회(경기도 하남시 소재·명성교회와 10분 거리)의 담임목사가 됐다. 이때 명성교회는 부목사 4명과 전도사 2명, 신도 600명까지 새노래명성교회에 넘겨줬다. 2015년 말 김삼환 목사가 예정대로 은퇴했음에도 명성교회는 담임목사를 2년 가까이 들이지 않았다. 2017년 3월 19일 명성교회는 새노래명성교회와의 합병 및 김하나 목사의 담임목사 청빙을 공식 결정했고,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하나 목사는 지난해 11월12일 명성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예장통합 총회가 오는 10일부터 13일까지 전북 익산에서 예정돼 있다. 여기에서 명성교회 세습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예상하나.

“들리는 말로는 지금 찬반 양론이 굉장히 격하게 대립하고 있다는데 어떻게 결론이 나올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만약 총회에서 재판국의 판결에 대해 대강 덮고 가는 식으로 매듭 짓는다면 5년 간 꼼수로 진행한 세습을 인정해주는 격이 되는데 그것은 한국 교회의 미래에 심각한 먹구름이 될 것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일제시대 신사참배 이후에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많이 우려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으로 당사자가 세습을 철회하는 등의 반전이 일어나면 좋겠다. 그러지 않고 이번 총회에서도 바로잡지 못한다면 교단 탈퇴의 목소리도 커질 것이고, 교단 분열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또 사회적으로도 기독교인에 대한 이미지가 더 심하게 망가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목사직 세습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첫 사례는 1997년 서울 강남의 충현교회였다. 김창인 원로목사가 아들 김성관 목사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내홍이 있었지만, 한번 물꼬가 터지자 다른 대형교회들이 뒤를 이었다. 2001년 광림교회(김선도→아들 김정석)와 구로중앙교회(곽전태→아들 곽주환, 현 베다니교회), 2008년 금란교회(김홍도→아들 김정민), 2013년 임마누엘 교회(김국도→아들 김정국)가 부자간에 세습을 마쳤다. 소망교회의 곽선희 목사는 2003년 지교회인 분당소망교회를 만들어 아들인 곽요셉 목사에게 넘겨줬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공동대표 김동호 백종국 오세택)가 지금까지 공식 확인한 세습 교회는 아버지에서 아들로 바로 이어지는 부자세습이 98곳, 사위나 손자 등으로 넘어가는 변칙세습이 45곳 등 모두 143곳이다. 기독교 전문 온라인 매체인 ‘뉴스앤조이’는 모두 364개 교회에서 세습이 이뤄졌다고 집계했다.

-한국 교회가 짧은 시간에 양적으로는 엄청나게 성장했지만, 문제도 많다. 가장 시급히 쇄신해야 할 것은 뭔가.

“가장 급선무는 가치관의 변혁이다. 로마서 12장을 보면 ‘너희가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하나님의 거룩하신 뜻이 뭔지 분별하도록 하라’고 돼 있다. 이 세대를 본받지 말라는 것은 이 세대가 추구하는 주류 가치, 즉, 돈을 좋아하고 명예와 권력을 좇는 대세에 편승해 따라가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것에 저항하면서 대안가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교회는 흙탕물에서 허우적대며 세속의 주류 가치를 끊임없이 본받아 가고 있다. 그러니 교회가 모범은커녕 세상의 걱정거리,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명동교회 모습.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에서 가장 큰 명성교회는 김삼환 원로목사의 장남인 김하나 목사를 지난해 11월 담임목사로 청빙한 뒤 교회 안팎으로부터 목사직 세습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크리스천은 혐오 품고 살 수 없어”

-무슬림이나 동성애자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기독교의 이름으로 버젓이 하는 사람들도 많다.

“예수님이라면 그런 문제에 어떻게 하실까 하는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예수는 당시 가장 구박받던 세리나 창녀, 귀신들린 더러운 자 등 사회의 변두리 소수자들과 어울리면서 복음을 전했다. 세상에서 버림받은 부정한 자들도 하나님 나라에 적극 초청하고 환대했다. 사도 바울도 그랬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빚진 자다. 유대인이나 헬라인 뿐 아니라 심지어는 야만인과 무지몽매한 사람에게도 빚졌다’고 했다. 빚진 자의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크리스천이라면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증오, 혐오를 품고 기고만장한 태도로 살 수 없다.”

대학 때 역사학을 전공한 차정식 교수는 교회와 관련된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의식이 강했다. 그는 종교인 세금 문제에 대해서는 “돈 벌면 누구나 다 소득세를 내야 한다. 종교인이라고 안 낸다면 특혜”라고 말했다. 기독교인들이 박사모 집회를 주도하다시피 한 데 대해서도 “신앙의 이름으로 우민정치를 교회 안에서 자행해온 결과로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그는 20여년 동안 일해 모은 돈으로 전남 여수의 섬 금오도에 작은 집을 지었다. 힘들게 일한 사람들이 와서 자연을 누리면서 쉴 수 있도록 공간을 개방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 다른 곳으로 이직할 기회도 거절했다. “내가 가르친 젊은 목사와 선교사들이 열악한 시골과 오지에서 극진하게 섬기는 삶을 살고 있다. 그들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작은 공동체를 지키면서 열심히 살자고 기회닿을 때마다 강조해왔다. 그래놓고 내가 미국으로 또는 서울로 떠나면 그것이야말로 자가당착 아니냐. 틈틈이 섬을 찾아 땀흘리며 일하는 것은 조그만 대안 가치를 추구하는 시늉이라도 하고 싶어서다.” 햇볕에 검게 그을린 얼굴이 ‘소박한 향유’의 삶을 귀하게 여기는 신학자의 삶을 말해주는 듯했다. 완주/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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