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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21 16:24 수정 : 2018.08.21 16:39

지난 8월16일 ‘제211회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총회 임시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조계종 국제회의실에서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참석해 자신의 불신임 결의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지난 8월16일 ‘제211회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총회 임시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조계종 국제회의실에서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참석해 자신의 불신임 결의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21일 전격 퇴진했다.

설정 스님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의 뜻을 밝히고, 출가 본사인 충남 예산 수덕사로 돌아갔다. 지난 16일 종단 입법부인 중앙종회에서 통과된 설정 총무원장 불신임안 인준을 위해 22일 열릴 예정이던 원로회의를 하루 앞두고 자진 퇴진을 선택한 것이다.

안팎으로 사퇴 압박을 받았던 설정 스님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종단 개혁의 초석을 놓고, 올 연말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공표했지만, 불신임안 인준이 기정사실화하자 자진 사퇴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설정 스님은 조계종적폐청산연대와 <불교닷컴> 등이 제기한 ‘친자의혹’을 명확히 해명하지 못하면서 궁지에 몰려, 임기 4년 가운데 4분의1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에 따라 조계종 총무원은 총무원장 대행 체제에서 60일 이내에 차기 총무원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 총무원장 대행은 총무부장 진우 스님이 맡게 된다.

설정 스님은 이날 회견에서 “한국불교의 개혁을 위해 마지막 여생을 봉사하겠다는 생각으로 왔으나 언론의 뭇매를 맞아 대중의 불신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됐다”며 불교개혁을 이뤄줄 것을 당부했다. 설정 스님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준비한 원고없이 발언하면서 소수의 정치 권승들이 종단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1994년 종단개혁으로 국가체제를 모방한 선거제도를 도입하면서 위계질서와 장로정신이 무너지고 화합은 깨져버리고 삼보정재가 탕진되는 악순환이 있다”면서 “종단을 소수의 정치 권승들이 위로부터 아래로부터 철저하게 붕괴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조계종이 10% 내지 7~8%의 특권층을 위한 종단이라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내 자리, 내 먹거리, 내 명예를 내려놓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불교개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승 전 총무원장의 지지로 총무원장에 당선된 설정 스님은 ‘반자승’인 적폐청산연대 등 재야세력으로부터 의혹 제기를 당하다가 최근 자승 스님 세력으로부터도 버림을 받아 사면초가에 몰렸다. 이 때문에 이날 설정 스님의 ‘기득권 비판’은 자신을 지지했다가 보호막을 제거한 자승 스님을 비롯한 종단 주류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총무원장을 물러나는 마당에 종단 현실과 개혁에 대한 자신의 평소 주장을 마지막으로 호소한 것으로도 보인다.

설정스님은 이 회견에서 “절에서 주지나 기타 소임자들이 사중의 돈을 제 맘대로 쓰고, (선거 때) 종회의원에 몇억씩, 본사 주지 하는데 몇억씩, 총무원장하는데 몇십억씩 써대느냐”며 “불사, 대중, 중생을 위해 써야할 돈을 그렇게 부정스럽게 마구잡이로 쓰는 것으로 종단은 무너지고 깨지고 화합은 깨진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번 주지하는 사람 끝까지 주지하고, 80살이 넘어도 주지하고, 조실하면서도 주지하는 탐욕이 없어지지 않을 때 한국불교는 희망이 없다”며 “원융살림이 기초가 안된 사람은 어떤 소임도 가져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설정 스님은 그러나 자신의 사퇴를 불러온 ‘친자의혹’에 대해서는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을 것”라며 부인했다. 설정 스님은 친자의혹을 해명하겠다면서 서울대학병원에서 유전자채취에 응했으나, 외국으로 출국한 전아무개씨(28)가 행방이 묘연해 쌍방 유전자 검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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