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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10 19:51 수정 : 2018.07.10 21:21

설조, 설정 퇴진 촉구…“나 운명하면 잿가루 단식장에”
설정 “살아계셔야 하지 않겠나” 5분 가량 면담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며 21일째 단식중인 설조스님의 손을 잡고 단식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조계종적폐청산연대 제공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앞 우정공원에서 21일째 단식농성중인 설조 스님(87)을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10일 오전 6시10분 방문해 5분 가량 면담했다.

1994년 조계종단 개혁 당시 개혁회의부의장을 지내고, 불국사 주지와 <법보신문> 사장 등을 지낸 설조 스님은 지난달 20일 설정 스님 퇴진 등을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해 “내가 운명하면 잿가루 봉지는 종단이 정상화 될 때까지 단식 투쟁장에 남겨달라”고 말하며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설정 스님은 이 자리에서 설조스님의 단식 중단을 요청했으나 설조 스님은 “설정 총무원장이 물러나야 단식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설정 스님은 “살아계셔야 종단이 잘 되는 것을 보실 수 있다. 한 두명이 바뀐다고 달라질 종단이 아니지 않는가”라고 단식 중단을 요청했으나 설조 스님은 “논란의 당사자들이 물러난 뒤 근본적인 개혁을 논의하고, 그때야 단식을 중단할 것”이라고 총무원장 퇴진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면담 뒤 조계종 총무원은 대변인인 기획실장 일감 스님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설조스님은 총무원장스님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물러나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히셨다”며 “설조스님의 단식이 대중들로부터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승가공동체의 내부에서 불교적 방식을 통한 문제해결을 고민하고 제시할 때 비로소 대중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총무원은 “우리 종단 고유의 자율적 질서인 종헌종법 체제를 부정하며 중앙종회 해산을 주장하는 등 종헌종법 기관들을 반개혁 세력으로 낙인찍는 극단적인 주장은 아무리 그 뜻이 순수하다 할지라도 공동체의 구성원들로부터,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동의받기 어려운 주장”이라며 “과거 우리 종단은 분규나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마다 문제해결의 방식을 인적청산을 중심에 놓고 대처해 왔고, 그 결과 갈등과 반목의 근본적 원인을 치유하지 못한 채 미봉책으로 문제를 덮어왔는데, 설조스님의 단식 또한 이러한 과거의 잘못된 문제해결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하며, 종권을 중심으로 갈등이 발생되었던 과거 구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과 다름 아니다”고 덧붙였다.

총무원은 또 “현재 우리 종단은 종정예하의 교시를 받들어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구성하여 종단 운영의 근본적 변화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종정예하의 교시에도 불구하고 이를 가벼이 여기며 극단적인 행동과 주장을 하는 것은 승가공동체의 화합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조계종적폐청산연대(상임대표·김영국)도 논평을 내 “총무원장이 본인의 퇴진을 요구하며 단식한 노스님을 21일째야 찾아왔다면, 분명한 답을 갖고 왔어야 한다”며 “온갖 타락승들이 그 문제가 드러나도 자리에서 버티고, 진상조사와 혁신을 위해 설정총무원장이 만들었다는 교권자주혁신위원회는 자승총무원장 시절의 적폐를 책임져야할 도법스님을 비롯한 당시의 부실장들이 똬리를 틀고 진실과 혁신의 방향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계종적폐청산연대는 또 “설조스님은 종단의 부패에 대한 도덕불감증을 일깨우시기 위해 단식에 돌입하였으나, 종단의 파계승려 누구도 책임지고 물러나는 자 없다. 그 중에 대표 격이 바로 설정총무원장이다”며 “새벽에 사람눈길을 피해, 이미 설조스님의 뒷조사를 한다며 겁박행위를 한 바 있는 호법부장과 상임감찰을 대동하고, 파계승려 부패사슬의 최 윗선에 있는 자신의 존재를 망각하고 한두명 바뀐다고 종단이 바뀌겠냐고 했다는 것은 생과 사의 경계선에서 종단에 도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 달라는 노스님의 간절한 호소를 희롱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계종적폐청산연대는 “자신에 대해 친자확인 소송을 한 사람을 평생 부양했다면, 자식이 아니고 무엇이며, 자식문제가 발생한지 19년 동안 유전자 검사로 결백을 증명하지 못했다면 자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며 퇴진을 거듭 촉구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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