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87살의 원로 설조 스님이 지난달 20일부터 서울 조계사 앞 우정공원에서 ‘설정 총무원장 퇴진 요구’ 노숙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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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적폐청산연대와 조계사앞 농성
“절에선 중이냐 아니냐로 결판내야”
법주사 떠나오며 ‘몸 바칠 각오’ 유언 1994년 조계종단 개혁의회 부의장
“24년전 멸빈된 서의현 복권은 비법” 설조 스님을 4일 단식 농성장인 텐트에서 만났다. 스님은 단식으로 헬쓱했지만 눈빛은 맑았다. 스님은 “불교가 수행을 잘해 종도와 국민들을 맑게하기는커녕 걱정거리가 될만큼 참담한 상황이 되었는데, 종정이나 원로 스님, 방장, 조실은 물론 교단의 질서를 깊이 연구하는 율사 스님들까지도 침묵하는 것은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해인사의 젊은 중이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1080배를 하며 항의하는 기사를 보고 늙은 나라도 목숨을 내놓고 교단 변화의 심지가 되고 기폭제가 되어 부처님께 속죄하기 위해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법주사를 떠나오면서 사중에 ‘늙은 몸둥아리는 교단에 바칠테니 내 죽으면 뼈가루는 바위에 뿌리고 부도 같은 건 만들지 말라’고 얘기까지 다하고 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가 죽어도 (총무원은) 눈도 끔쩍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실제로 설정 스님쪽의 강공은 더해지고 있다. 지난 5월 엠비시 <피디수첩>에서 의혹을 제기한 뒤 참회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총무부장 정우 스님·기획실장 승원 스님·사서실장 금곡 스님은 사직하고, 자승 총무원장 시절의 지현 스님과 일감 스님이 각각 총무부장과 기획실장으로 돌아왔다. 또 조계종적폐청산연대로부터 은처자 의혹을 사온 수원 용주사 주지 성월 스님이 주지 재임에 도전한다는 설이 돌고 있다. 이 와중에 총무원은 94년 멸빈당한 서의현 총무원장을 복권시켰다. 설조 스님은 서의현 스님 복권에 대해 “종단 어른인 종정 스님이 직접 대종사직와 의발을 내려줬다지만 ‘비법’(법에 어긋남)이라고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설정 스님이나 성월 스님을 비롯한 이들의 ‘은처자 의혹’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신 “1944년생인 설정 스님이 1961년 통도사에서 비구계를 받았다고 하는데, 통도사에선 20살 이상만 비구계를 줬으니 비구계를 받을 수 없었고, 그 이후에도 비구계를 받은 사실이 없어 ‘비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율장대로, 정화의 취지대로 비구여야 하며, 비구가 아니면 승려가 아닌데 하물며 교단 최고 행정책임자로는 가당치 않다”면서 “자식이 있느냐, 없느냐는 절 밖에서 논의하고, 절 안에서는 중이냐 아니냐로 결판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설조 스님은 “단식을 시작한 뒤 총무원에서 호법부장 진우 스님이 찾아와 회유와 협박을 했다”고도 밝혔다. ‘단식을 중단하고 법주사로 내려가면 대종사와 원로로 예우할텐데 단식을 계속 하면 스님의 비리를 호법부에서 조사하게 하라는 얘기들이 나온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가 단식을 시작한 뒤 총무원 기관지인 <불교신문>은 ‘설조 스님이 1994~98년 불국사 주지로 재임하면서 분담금 28억여원 체납, 종단 미승인 계약 체결, 호적 허위신고, 문화재 관람료 개인통장 관리 등 비위 혐의가 드러나 99년 종단으로부터 제적의 징계를 받고 2003년 공권정지 10년으로 경감돼 복적된 인물’이라고 역공을 하기도 했다. 이에 관련해 설조 스님은 “분담금 체납은 주지로 가기 전 이미 발생한 것이었고, 다른 건들은 조작이었다”고 해명했다. 불국사 주지와 중앙종회원을 거친 원로인 설조 스님은 당대의 선사인 금오 스님의 상좌다. 그는 “금오 스님이 1957년 총무원장을 맡은 뒤 재가 교수가 ‘인사는 공정해야 하고, 돈은 공개하고 통제되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못하면 사람도 버리고 신도들도 떠나게 된다’고 한 말을 듣고는, 수행자로서 행정을 모르기도 해서 총무원장직을 버리고 시골로 내려갔다”면서 “나도 이를 유념해 종단개혁 때 재정 공개와 통제를 종헌에 넣으려 했으나, 그때 60명의 개혁의원 중 18명만 찬성하고 나머지가 반대해하는 바람에 종헌에 넣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사찰을 맑게 하지 못한 게 통한의 한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불교가 자력으로 갱생하지 못하면 종도들과 국민들이 치유처방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는 5일 오후 7시와 7일 오후 5시 조계사 앞에서 촛불집회를 연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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