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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25 16:07 수정 : 2018.06.25 16:43

2014년 법인설립 취소한 구법신도회 법인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에 민족단체들 분노

‘군대 철포의 탄환이 될 것이면, 일발필중(一發必中) 파사현정(破邪顯正)의 탄환으로 되어라’. 일본 불교의 한 종파인 일련정종이 1942년 9월 금속제 불기구(佛器具) 공출을 결정하고 연 법요식을 자리에서 한 말이다. 살생을 금하는 불교의 최고지도자가 불기구를 사람을 단발에 죽일 수 있는 탄환이 되도록 축원한 것이다.

일련정종은 일본 제국주의 시기에 신사참배 장려, 승려와 신도의 참전 독려하는 등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행동을 견지했다. 전쟁승리를 위한 기금 모금에도 앞장서 일본 해군대신 ’시마타시게타로’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전승기원 대법회를 열고 전쟁승리를 위한 강연과 기부 등에도 앞장서 당시 일본 언론이 여러 차례 모범 사례로 소개하기도 하였다. 국내에는 1942년에 들어와 포교활동을 하면서 일본 군국주의 정책과 천황제를 찬미하는 등의 일본의 식민지 정책을 옹호하기도 했었다.

일왕숭배와 군국주의를 지지한 일련정종 법주 스즈키 닛쿄와 일왕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불교의 근본교리인 불살생을 어기고 침략전쟁의 정당성을 역설하는 훈유문.
일본 패망 이후 일련정종은 내부조직의 갈등과 같은 일련종계 교단으로부터 이단 판정을 받는 등의 위기를 겪기도 했었다. 일련정종이 국내에 유입된 것은 1970년대 부터였다. 신도단체인 ‘일련정종 구법신도회’를 조직해 활동하면서도 일련정종은 자신들의 전범 행적에 대해서는 일체의 반성이나 사과 등은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한국 내 교세를 확장하기 위해 일본 승려를 국내 신도단체인 구법신도회에 지속적으로 파견해왔다. 그 과정에서 폭행사건, 외국환관리법위반, 불법포교활동으로 승려들이 처벌을 받고 강제퇴거, 출국명령, 입국금지조치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불법으로 일련정종 연락사무소를 개설하여 거점으로 사용하다가 폐쇄조치 되기도 했다.부산과 경기도에서는 연수원과 납골당을 지으려다 주민반발로 취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련정종의 문제가 물밑에서 떠오른 건 2014년 7월29일 일련정종 구법신도회가 ‘한국불교 일련정종 구법신도회’란 이름으로 낸 법인 설립 신청을 서울시가 허가하면서부터다.사단법인 독립유공자유족회를 비롯해 흥사단 등 12개 민족단체의 규탄성명에 이어 조계종,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천도교, 독립유공자협회, 민족대표33인유족회 등 많은 종교, 사회단체에서 법인설립허가 취소를 촉구하는 탄원이 쏟아졌다.

독립유공자유족회 김삼렬 대표. 전범행위에 대해 일체 사과와 반성이 없는 일련정종을 받아들이는 일은 민족정기를 말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분노하고 있다.
독립유공자유족회 김삼렬 대표는 “아베 일본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망언을 하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시국에 정부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선 허가하지 않은 이런 법인을 서울시만 허가한 것은 문제가 크다”며 직권취소를 촉구했다. 민족을 침탈한 일본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일련정종의 법인설립 허가는 ‘3.1운동 정신과 임시정부 법통의 계승’을 명시한 헌법 정신에도 위배된다는 논리였다. 민족단체 일동은 2014년8월, 민족정기 훼손,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헌법 정신에 위배되며 공익을 침해한 것을 이유로 서울시에 법인설립허가 취소를 위해 진정, 항의하였고 2014년 11월 일간신문에 법인허가 취소촉구 성명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일련정종 일본 본사는 논란이 일자 자신들은 구법신도회 법인설립과 무관하며 산하 신도회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지난 내놓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구법신도회가 일련정종과 관계가 없다면 법인 등기부와 정관에 명기한 일련정종의 교리를 따른다는 법인설립목적 달성이 불가능함으로 취소가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서울시는 ‘법인 존재 자체가 공익을 해하고 법인 목적달성이 불가능’ 하다는 논리로 12월 법인설립 허기를 취소했다. 이후 구법신도회는 법인설립취소처분 취소소송을 2015년 2월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았다. 2016년 8월18일 서울고법은 ‘공익침해’를 이유로 법인허가 취소가 정당하다고 판결해 일련정종 사태는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2017년 12월 22일 대법원이 이 판결을 서울고법으로 파기 환송하면서 사태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법인 설립허가 취소를 촉구했던 민족단체 관계자들은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유족회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분노한다. 일본 불교 일련정종 예속단체로 활동했던 구법신도회가 백주에 대한민국 법인을 일본 전범 집단에 바치겠다고 공개한 것은 대한민국과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무시하는 것인데, 법원이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법신도회가 제기한 법인취소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대법원이 기각해 현재 법인 취소 효력이 유지되고 있고 소송이 진행 중에 있음에도 이들은 ’사단법인 한국불교 일련정종‘으로 간판을 내걸고 선전하며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라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불교계에서도 일본 제국주의를 옹호한 일본 불교가 감히 한국불교로 치장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불교인권위원회 공동대표인 진관스님은 “종교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일본이 벌인 태평양침략전쟁 때 일련정종이 우리 민족에게 행한 반인륜적 행위에 대해서는 진심 어린 반성과 참회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기독교협의회(NCCK) 총무를 역임한 김영주 목사도 ”종교의 자유는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일련정종은 일본 제국주의의 지원을 받아 성장했고 우리의 독립정신과 민족정신을 말살했다. 일련정종은 겸허한 자기반성부터 해야 한다“라며 대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파기환송심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독립유공자유족회 등 민족단체 수십여 곳은 구법신도회와 법원을 향한 규탄성명을 쏟아내면서 대규모 규탄집회와 법인허가 취소 서명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민족단체들은 “지금도 일본 일련정종 승려들은 수시로 국내에 입국해 불법포교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부산의 모처에서 일련정종 승려들이 행사를 개최했는데 불법포교활동으로 관계기관에 적발됐고, 일부 신도가 기자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입건, 조사 중이다.”며 일련정종의 불법성을 강조했다.

일본 일련정종은 1980년대 부터 합법적인 한국 진출을 위해 노력해왔다. 법인설립도 합법적인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민족단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특히 구법신도회는 신도들이 일본 본산 사찰을 참배하게 하는데 앞장서온 만큼 법인설립을 허가하면 전국에 일련정종 사찰과 일본 승려가 범람하게 되고 민족정기 훼손은 물론 종교문화마저도 침해될 것은 명백하다는 게 구법신도회 법인설립을 반대하는 많은 종교, 사회단체의주장이다.

콘텐츠랩 윤승일 기자 nagne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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