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24 19:31
수정 : 2018.04.2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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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행정수반인 한은숙 교정원장은 24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103돌 대각개교절 맞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족화해’와 ‘남북통일’이 박중빈 대종사의 창립 이래 원불교의 지향이라고 말했다.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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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103돌’ 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 ‘대각개교’ 기념
1930년 소태산 ‘어변성룡’ 예언 소개
“한반도가 정신 지도국·도덕 부모국”
역대 원불교 스승들 ‘민족화해’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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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행정수반인 한은숙 교정원장은 24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103돌 대각개교절 맞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족화해’와 ‘남북통일’이 박중빈 대종사의 창립 이래 원불교의 지향이라고 말했다.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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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를 믿어야 합니다. 우리가 의심하고 자신 없어 하고 외부에 의존하면 꽃을 피울 수가 없어요.”
원불교 행정수반인 한은숙(63) 교정원장은 24일 원불교 최대 경축일인 103돌 대각개교절맞이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 대각개교절은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1891~1943)가 26살 때인 1916년 4월28일 전남 영광군 백수면 길룡리에서 일원상진리(一圓相眞理)를 대각하고 원불교를 창립한 기념일이다.
한 원장은 “대종사님이 깨달음을 얻고 맨 먼저 한 일은 나라를 잃은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었다”며 방언공사를 소개했다. 1918년 3월 길룡리방언조합을 설립하고 맨손으로 등짐을 지어 흙을 날라 바닷물을 막는 간척사업을 1년 만에 해내 빈촌에 3만여평의 농토를 확보한 일화다.
그는 방언 1년 뒤에 있었던 ‘백지혈인’(白指血印)도 소개했다. 원불교에선 소태산이 9명의 제자와 10일간 기도 뒤 창생을 위해 죽어도 여한이 없음을 확인하고 ‘사무여한’(死無餘恨) 증서에 각각 백지장을 찍어 상위에 올리고 결사의 뜻으로 엎드려 비니, 인주를 묻히지 않고 맨손으로 찍은 도장에 핏빛으로 이적이 나타났다며 이를 ‘정성으로 하늘을 감동시킨 백지혈인’으로 기념하고 있다. 하지만 소태산은 그 이적의 증거물을 폐기해버렸다고 한다. 그는 “대종사께서는 ‘기적은 삶으로 증명되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남북관계의 기적도 우리의 자신감 있는 믿음과 실행으로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원장은 또 소태산이 한반도의 미래를 ‘어변성룡’(魚變成龍·물고기가 변해 용이 됨)이라고 예언한 것을 상기시켰다. 일제 강점이 고착화되면서 육당 최남선이 친일로 돌아서는 등 대부분의 지식인이 조국을 등지던 1930년 6월 소태산은 금강산을 돌아보고 ‘우리나라가 정신의 지도국이자 도덕의 부모국이 될 것’이란 희망을 심어줬다고 한다.
한 원장은 대종사의 뒤를 이은 정산 송규, 대산 김대거 등 원불교 스승들이 시종일관 주장한 민족화해와 통일의 남다른 가르침들도 소개했다. 정산은 해방이 되자마자 <건국론>을 펴내 ‘좌도 우도 아닌 중도만이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고, 대산은 반공·승공·멸공이 대세이던 30년 전 용공(容共·북한을 활용), 화공(和共·북한과 화해), 구공(救共·북한을 구함)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대산의 뒤를 이은 좌산 이광정 상사는 <통일론>이란 저서를 내고, 백두산을 비롯한 전국의 명산을 다니며 통일 기도를 올리며 통일 방안을 제시해왔다. 현 경산 장응철 종법사는 ‘공자의 회사후소(繪事後素)’를 들어 ‘새 그림을 그리려면 이전 것을 지워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남북의 미래를 열어갈 것을 주창했다.
한 원장은 대각개교절 행사로 21~24일 열린 소태산영화제 상영작 <메콩강에 악어가 산다>를 예로 들며 ‘남북민이 서로에 대해 눈 속의 티를 많이 갖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탈북민들이 중국 곤명(쿤밍)을 지나 건너야 하는 메콩강엔 실제는 악어가 살지 않는데도 브로커들이 ‘리스크 비용’을 높게 받으려고 부풀려 얘기하는 바람에, 대부분의 탈북민이 메콩강에 악어가 있다고 믿을 정도로 남북 간에 오해가 쌓였다는 것이다.
한 원장은 소련 붕괴 직후인 1992년 모스크바에 건너가 원불교 교당과 한글학당을 열고, 러시아 내 최고의 민속축제를 열며 교화의 새 장을 연 개척자다. 대중가요를 즐겨 듣는다는 그는 요즘 젊은이들을 우려의 눈으로만 보지 말고 다른 눈으로 봐줄 것을 권했다. 거리낌 없이 자신을 다 표현해 한류를 띄우는 우리 젊은이들의 힘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처럼 북쪽도 다른 눈으로 보면 민족정기를 지켜낸 강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원불교는 대각개교절을 맞아 불우한 이들을 돕는 나눔의 은혜 잔치와 전북 익산 총부에 난장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봉축행사를 열고 있다. 28일 오전 10시엔 익산 총부를 비롯한 국내 외교당에서 일제히 기념식을 연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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