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12 15:29
수정 : 2018.11.0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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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록 목사. 이재록 목사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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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5월 이재록 목사 관련 비리 보도하려던 MBC PD수첩
만민중앙성결교회 신도 2000여명 난입…초유의 방송 송출 중단
이번 신도 성폭력 의혹에도 19년 전처럼 방송금지가처분 신청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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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록 목사. 이재록 목사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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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만민중앙성결교회 이재록 당회장 목사를 경찰이 출국 금지하고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이재록 목사와 13만명에 이르는 만민중앙성결교회 신도들의 과거 행적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1999년 5월 11일. 문화방송(MBC)의 탐사 보도 프로그램 ‘피디(PD) 수첩’은 이날 오후 11시부터 이재록 목사와 만민중앙성결교회 문제를 다룬 ‘이단 파문! 이재록 목사! 목자님! 우리 목자님!’ 편을 방송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후 10시30분부터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앞에 진을 치다 사옥 안으로 난입한 신도들에 의해 방송이 5분 만에 중단되고 말았다.
이날 MBC 본사에 모여든 만민중앙성결교회 신도의 수는 약 2000여명. 이 가운데 200명 정도가 오후 10시50분께 MBC 사옥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이후 일부 신도들이 주조정실 철제문을 부수고 코드를 뽑는 등의 행위로 방송 송출을 중단시켰다. 방송 송출 중단 이후 제작진이 급하게 얼룩말이 등장하는 초원을 찍은 영상을 내보내면서 이 난입 사건은 ‘MBC 동물의 왕국 사건’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피디수첩은 다음날인 5월12일 급하게 다시 편집을 해서 방송을 내보냈다. 이날 방송에는 이재록 목사의 이단 파문을 비롯해 미국 원정 도박, 교회 건물 불법 건축, 신도 명의의 거액 대출, 헌금 강요 등을 고발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결국 방송으로 나가지 못한 내용도 있었다. 이재록 목사의 성폭력 의혹에 대해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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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중앙교회 신도들의 문화방소 난입을 보도한 MBC의 방송 화면. 사진 문화방송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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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의 2000년 5월 3일치 기사를 보면, 이 사건 이후 MBC는 헌법재판소에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하기 전에 방영을 못 하게 하도록 할 수 있는 방영금지 가처분 제도가 규정돼 있는 민사소송법 714조 2항은 언론에 대한 사전검열을 금지하는 헌법에 위배되며 헌법 37조 2항의 과잉금지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당시 <연합뉴스>는 “MBC는 지난해 5월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의 이단성 등을 폭로하는 내용의 ‘
피디수첩’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만민중앙교회 쪽이 낸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이 목사의 성추문과 관련된 내용을 제외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MBC가 보도하려던 내용과 최근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성폭행 의혹 관련 고소인들의 피해 사실이 같은 혐의인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 고소인들이 피해 시기로 특정한 때는 당시 피디수첩이 이재록 목사의 성폭력 의혹과 관련한 취재를 하던 시기와 같은 1990년대 후반이다.
앞서 지난 10일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여러 명의 여성 신도들을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한 의혹을 받는 이재록 목사를 출국금지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목사가 20대 초중반 여성 신도들을 따로 불러내어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 목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신도들이 최근 이 목사를 고소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이 목사를 고소한 신도들은 이 목사가 1990년대 후반부터 2015년까지 ‘신의 지시’를 들어 성관계를 요구했으며,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지 못하도록 “나를 배신한 사람은 모두 죽었다”며 협박했다고 경찰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관련 기사 : 서울 대형교회 ‘신도 성폭행 의혹’…이재록 목사 출국금지)
만민중앙성결교회는 이번에도 발 빨리 대응했다. JTBC에서 최초 보도가 나간 뒤 교회 쪽은 JTBC의 추가 보도가 이재록 목사에게 피해를 입힌다며 서울서부지법에 방송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JTBC의 보도를 막을 이유가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11일 JTBC는 피해자들이 경찰에 이재록 목사의 성폭력이 일회성이 아니라 오랜 시간 상습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일관되게 증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은 이재록 목사가 “나랑 더 하나 되고 싶지 않으냐. 그래서 천국 중에서 더 좋은 곳에 가야 되지 않겠느냐”,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사업이 안 좋을 수도 있다”는 등의 말로 신앙심과 가정의 경제적 형편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종합해보면, 피해자들은 짧게는 3년 길게는 7~8년 동안, 짧게는 일주일부터 길게는 반년까지에 한 번의 빈도로 성폭행을 당해왔다고 호소하고 있다. 물리력 없이 피해자를 정신적으로 길들여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게 하는 이런 종류의 성폭행은 ‘그루밍 성폭행’의 전형이다. 종교단체의 지도자와 신도의 관계는 이런 류의 범죄에 자주 노출된다.
박세회 기자
sehoi.par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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