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13 18:06
수정 : 2017.12.13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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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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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조계종 총무원장 간담회
“종단 행정도 수행자답게
종단 화합 위해 대탕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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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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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행정은 수행자답게 해야 한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75)이 13일 취임 뒤 처음으로 서울 조계사 앞 ‘발우공양’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던진 일성이다. 불교는 수행에 근본 바탕을 두고 있고, 절은 그 수행자들이 사는 곳이므로 일도 수행자답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수행을 안 하면 절 집안이 거칠어지고 잡스러워지고, 수행을 하면 자기도 편해지고 오는 사람들도 기운을 받아 갈 수 있게 돼 자리이타(자신과 남을 이롭게 함)를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스님은 전임 자승 스님의 지원으로 선거에 임하는 과정에서 적폐청산시민연대로부터 집중 검증을 받았다. 소송으로도 이어져 수사가 진행 상태다. ‘수행’을 강조한 것도 흐트러진 종단 분위기를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스님은 지난달 1일 취임 이후 총무원청사 4층 집무실 옆방에서 지내고 있다. 매일 조계사 새벽 예불에도 참석한다. 야전을 떠나지 않는 야전사령관 모습을 보이며 임기 내내 이 자세를 견지하겠다고 나선 것도 종단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취임 이후 폐병과 췌장암 병력이 무색할 정도로 강행군하고 있다. 포항 지진 다음날 흥해체육관으로 이재민들을 찾아 위로하고, 다음날엔 전남 목포신항으로 가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을 위로했다. 그 다음날엔 벽제 무연고자 납골원에 가 가족의 배웅도 없이 생을 마친 무연고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선거가 종단을 망가뜨리고 있다.” 스님은 이날 선거 제도를 두고 많은 말을 쏟아 냈다. ‘선거 한번 하고 나면 패가 싹 갈려 비방이 난무하면서 신망을 잃어버려 불교가 대사회적 역할을 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는 “부처님은 토론하고 또 토론해 의견을 함께 모으는 만장일치제를 시행해 승가 화합을 이뤄갔다”며 의견을 모아 선거제도를 고칠 뜻을 내비쳤다.
그는 1994~98년 4년간 조계종 입법부수장인 종회의장을 지낸 뒤 행정을 뒤로하고 선방에서 선승으로 19년을 보냈다. 그는 “19년 만에 돌아와보니 종단이 너무 정치집단화됐다”고 평했다. 그는 자승 스님이 이끈 8년의 공과를 두고 “긍정적인 일들은 전적으로 수용하고, 아닌 것은 철저하게 배제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종단 화합을 위해 대탕평 뜻도 내비쳤다. 그는 “수행자들이 시비를 벌였다 하더라고 마음 하나 바꾸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1994년 조계종단 개혁 과정에 멸빈(승적 박탈)된 서의현 전 총무원장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절 집안을 나갔다면 다르겠지만 지금 나이(81)까지 절에서 사는 사람에게 자비문중(불교)에서 멍에를 계속 씌워야 되느냐”며 사면 뜻을 비쳤다. 그러나 서의현 전 총무원장에 대한 처벌은 종단개혁의 정통성과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스님은 이를 의식한 듯 “사상이나 이념을 초월하는 데 종교의 위대성이 있는 것 아니냐. 모든 것은 대중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합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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