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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13 14:52 수정 : 2017.08.13 20:35

10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조계종 적폐청산 촛불집회.

연석회의 1천여명 촛불법회 열어
마곡사 주지 재선·명진스님 제적 비판
주류 쪽, 차기 원장에 설정스님 내정
반대파 “자승스님 아바타” 의심
수불·원학스님도 출마…과열 조짐

10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조계종 적폐청산 촛불집회.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의 임기를 2개월 남겨둔 가운데 새 원장 선거를 앞두고 종단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종단 적폐청산 요구 ‘청정승가 공동체 구현과 종단개혁 연석회의’는 10일 오후 6시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3차 조계종 적폐청산 촛불법회를 열었다. 이 집회엔 최근 실천불교전국승가회와 일부 선승들이 가세하면서 우중에도 1천여명이 모였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
연석회의가 종단 적폐로 규정한 것은 우선 마곡사(충남 공주) 건이다. 법원이 마곡사 주지 선거가 금권선거라고 인정한 판결을 내렸는데도, 총무원이 조사나 징계를 하지 않고 후보자 자격 심사를 통과시켜 원경 스님이 마곡사 주지에 재선되게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의 사제인 성월 스님이 2014년 용주사 주지에 선출된 이후 그에게 은처자가 있다는 사진까지 유포됐는데도 총무원이 이를 조사하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아 ‘독신승려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2013년 8월 조계사 앞에서 시위를 하던 적광 스님을 폭행한 가해자들에게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렸는데도 당사자들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총무원은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명진 스님 제적 조계종 호계원은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을 지난 4월 제적했다. 조계종에서 제적은 복귀가 불가능하도록 승적을 말소하는 멸빈 다음가는 중징계다. 제적 사유는 명진 스님이 서울 삼성동 봉은사 주지 당시 옛 봉은사 땅인 한전 부지를 되찾아주겠다는 한 사업가와 종단 허락 없이 계약을 체결하고, 종단의 위신을 추락시켰다는 것이다. 명진 스님 쪽은 “사찰 재산을 팔거나 사익을 챙긴 게 아니지 않으냐”며 반발하고 있다.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
이 징계는 앙금이 쌓인 자승·명진 스님 간 감정싸움의 결과로 보인다. 명진 스님은 현 원장 체제 8년간 시종일관 자승 스님을 ‘조준사격’해왔다. 한 종단 관계자는 “명진 스님은 자승 스님이 주지였던 관악산 연주암의 선원장이라는 직함으로 장기간 경제적인 지원을 받고, 알 만한 이들은 다 알 만큼 가까웠던 사이”라며 “명진 스님의 청계사 주지 도전을 자승 스님이 도와주지 않으면서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해 2010년 봉은사의 총무원 직영화로 대립이 격화됐다”고 전했다. ‘가까운 사이가 틀어지면 원수가 된다’는 전형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그는 “명진 스님이 봉은사 주지 말년에 그간의 거친 말을 참회한다며 중재에 나선 화쟁위원회의 중재안에 따르겠다고 공언했지만 공격을 재개하며 너무 나가 갈등을 돌이키기 어렵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승 스님이 원장의 위치에 있는 만큼 더 포용력을 발휘해 문제를 풀어냈어야 하는데, 자파를 형성하고 보호하며 비판자들을 내치는 데 치중하는 사이 적폐가 쌓였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갈등은 1994년 명진 스님과 함께 종단개혁의 주축을 이뤘던 스님들마저 비판의 도마에 오르게 했다. 종단 개혁의 좌장 격이던 도법 스님(화쟁위원장)과 개혁 기획자였던 현응 스님(교육원장), 지홍 스님(포교원장), 종회 부의장 및 불교사회연구소장을 지낸 법안 스님(전 실천불교승가회 대표) 등도 명진 스님과는 달리 ‘자승 체제’에 합류해 사회적 약자를 껴안거나 제도 정비 등엔 성과를 냈지만, 자승 스님이 비호세력과 쌓은 적폐를 해소치 못한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
차기 총무원장 선거 이 와중에 자승 스님을 비롯한 종단 주류는 충남 예산 수덕사 방장으로 원로인 설정(76) 스님을 차기 총무원장으로 밀기로 했다. 자승 스님 쪽이 원장 후보로 거론되던 수불 스님(안국선원장)과 정념 스님(월정사 주지), 현응 스님, 원행 스님(중앙승가대 총장) 등을 주저앉히고 선거 없이 ‘추대’하려는 것이다. 이에 반대파들은 자승 스님이 ‘아바타’를 만들어 퇴임 후를 보장받으려는 게 아니냐며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자승 스님 쪽은 “어떻게 ‘어른 스님’이 한참 후배의 아바타가 될 수 있겠느냐”며 “자승 스님은 퇴임 직후 백담사 무문관(90일간 방을 나오지 않는 폐관 수행처)에 들어가기로 방부를 들여놨다”면서 종단정치와 거리를 둘 것임을 강조했다. 설정 스님 쪽도 “내 선거운동을 한다며 누군가 100만원이라도 쓰는 일이 있다면 원장 후보로 나서지 않을 것이고, 원장이 되어도 매관매직을 철저히 근절할 것”이라고 개혁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수불 스님 쪽은 선거에 나설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원학 스님(전 봉은사 주지)도 출마를 준비 중이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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