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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04 17:22 수정 : 2005.10.05 13:40

10년 넘게 죽음 지켜보며 절절한 수행 쌓은 능행 스님
현장 얘기 담은 책 펴내…“잘 살아야 잘 죽는구나”

10년 넘게 갖가지 죽음을 가까이서 지켜봐온 능행 스님은 “땡그렁 땡그렁 풍경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우리 인생도 잠시 그렇게 스쳤다가 지나가는 것이지요”라고 말한다.

“갑자기 맑은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벼락이 떨어지데요. 내가 벼락을 맞을 줄이야. 내게 잘못이 있다면 정신없이, 열심히 돈 번 것밖에 없는데.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만 했을 뿐인데…. 스님. 글쎄 돈을 쓸 데가 없네요. 이런 개 같은 일이 다 있네요. 세상에. 이런 일이…그것도 나에게….”

어느 날 갑자기 죽음에 직면한 사람의 반응이다. 비구니 능행 스님은 10년 넘게 이런 안타까운 죽음들을 지켜왔다. 충북 청원군 미원면 대신리 구녀산 호스피스 정토마을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돌봐온 그다. 죽음만큼 절절한 수행의 현장이 있을까. 그가 그 처절한 현장의 얘기들로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이별이지는 않게>(도솔 펴냄)란 책을 냈다.

결혼을 몇 달 앞두고 앞으로 두 달밖에 살 수 없다는 급성 위암 판정을 받은 26살 처녀가 있었다. 처녀의 어머니는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다 되는 세상인 줄 알았다”고 “제발 살려 달라”며 매달렸지만 너무도 사랑스럽게 미소 짓던 아름다운 처녀는 아미타불을 부르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음날 울다 지친 어머니의 꿈에 나타나 “엄마! 나 부처님이 안고 갔다”고 환하게 웃으며 안녕을 고했다.

군인의 아내로 아들 셋과 딸 하나를 모두 박사로 키운 긍지로 살던 예순한살의 여인은 자궁경부암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열성으로 가득한 어머니 아래서 이기적인 삶만을 체득한 자식들 중 어느 누구도 그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없어 그는 외로움에 치를 떨다 숨을 거뒀다.

오직 남보다 빨리 가려고만 하다가 세상에서 많이 누리고 살던 사람일수록 더욱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못해 처참하다.

능행 스님이 돌본 한 스님은 암에 걸리자 가족들과 가까운 도반들에게도 자신의 삶을 여여하게 정리해 보이는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임종이 가까웠다는 사실을 알리자 “뭐라고! 말도 안 돼! 내 정신은 이리도 말짱한데”라며 두려움에 떨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이런 죽음을 수도 없이 지켜보며 능행 스님은 죽음은 오직 한 번뿐인 생방송인데도 우리는 죽음을 생각으로만 느끼고, 너무 오만하게 여기고 있다고 한탄한다.

수많은 죽음을 보며 그래서 능행 스님은 “아! 잘 살아야 잘 죽는구나!”고 깨달았단다. 잘 웃고 크게 웃고 사는 사람이 죽을 때도 웃으며 가곤했다. 그래서 그는 묻는다. ‘어떻게 하면 잘 죽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라고.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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