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07 13:04
수정 : 2005.09.07 14:13
다일공동체 봉사해온 이태형·변창재씨 수사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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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신교에도 독신남자수도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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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신교에도 독신 형제수도회가 탄생한다.
10일 오전 11시 경기도 가평군 설곡리 다일자연치유센터에서다. 이날은 최일도 목사가 이끄는 다일공동체가 창립 17돌을 맞는 날이다. 서울 청량리 굴다리 부근에서 17년 동안 굶주린 자들을 먹이고, 돈이 없이 치료도 못한 채 죽어가는 병자들을 치료해온 다일공동체가 이번엔 개신교 영성의 새 지평을 연다.
다일공동체에서 봉사해온 이태형씨(40)와 변창재씨(25)가 수도회 수사가 되기로 했다. 가톨릭 신부·수사·수녀나 불교 승려들과 같은 평생 독신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다일공동체에서 다일 영성수련 과정과 공동체 기초훈련 과정을 마치고 봉사해왔다. 이 두 수사는 다일치유센터 박창선 부원장과 공동체 기초훈련을 받으러 귀국한 캄보디아 선교사 이종현, 박수진씨 가정 등과 함께 다일평화의마을에서 수도생활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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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신교에도 독신남자수도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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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회 발족식엔 전 은성수도원 원장 엄두섭 목사와 풀무원의 원경선 원장, 전 적십자사 총재 이윤구 박사, 전 영락교회 담임 목사로 모세골 공동체 대표인 임영수 목사, 동교동교회 담임 음동성 목사 등 수도와 공동체를 추구하는 원로 목사들이 대거 참여하며, 오방식 장신대 교수가 영성 강좌를 한다.
지금까지 수도회는 가톨릭으로 대표되었다. 신부, 수사, 수녀들로 구성된 수도회들은 영성적 삶과 헌신적인 사회 봉사로 오늘날 한국가톨릭을 반석 위에 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개신교의 경우 수도자들을 위한 수도회를 찾아보기 어렵다. 산간 지역과 농촌 지역에 지어진 기도원과 수련관들은 대부분 일반 신자들의 기도와 훈련을 위한 시설들이다. 유럽에선 프랑스의 테제공동체와 독일의 마리아자매회 등 가톨릭 외 수많은 개신교 공동체에서 수도자들이 수사·수녀들과 같은 수도 생활을 한다.
한국 개신교에도 여성 수도자들은 있다. ‘맨발의 성자’ 이현필 선생의 제자들이 광주 동광원에서, 또 민중신학자 안병무 박사에 의해 설립된 디아코니아수도회 등에서 여성 독신수도자(언님)들이 수도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개신교에서 이처럼 수도자로 평생 살면서 기도하고 헌신하기를 원하는 이들을 체계적으로 교육시키거나 수용할 의지가 부족한 때문에 동광원은 가톨릭 광주대교구와 함께 여성 수도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가톨릭의 성인들과 다름 없는 영성적이고 헌신적인 삶을 산 이들이 한국 개신교 역사에 적지 않지만 이들의 영성을 수용해 수도하는 전통이 개신교에 뿌리 내리지 못해 이를 사장시키거나 가톨릭에 빼앗기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이번에 남자수도회의 탄생은 한국 개신교 역사에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최일도 목사는 “스스로 가난과 고독을 선택한 청빈의 삶을 사는 수도자적인 몸부림으로 개신교에서 드러나고 있는 이기주의와 황금만능주의, 교단주의가 정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031)568-6004.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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