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8.02 18:45 수정 : 2005.08.04 14:51

■ ‘미래에서 온 교회’ 최명진·임의진 목사

 ‘미래에서 온 교회’는 십자가도 간판도 없다. <어린왕자>의 별이름을 딴 ‘B612’만이 그 교회로 가는 안내자다.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충장로 못지 않은 번화가인 전남대학교 후문의 상가건물 3층엔 카페 B612가 있고, 4층엔 ‘미래에서 온 교회’가 있다.

이 인근 오치에서 목회를 하던 ‘꿈이 있는 교회’의 최명진 목사(42)가 1년 전 이 건물 4층으로 교회를 옮기면서 3층엔 음악과 술이 있는 카페를 열었다. 최 목사는 경제적으로도 자립하고, <성서>에 나오는 ‘가나의 혼인잔치’의 예수처럼 다양한 이웃들과 스스럼 없이 만나고 싶었다. 최 목사 부부는 그래서 아르바이트생들도 거의 쓰지 않은 채 서비스를 하며 매일 밤 별나라 잔치를 즐기고 있다.

이 B612에선 아름다운 선율을 음미하며 두 사내가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멋스럽게 수염 기른 외모에선 자유의 선율이 함께 흐른다. 최 목사(사진 왼쪽)와 강진 남녘교회 임의진 목사(38)다. 강진 남녘교회를 김민해 목사에게 맡기고 안식년을 즐기고 있던 임 목사는 지난달 10일 이곳에 합류했다. 이들이 공동목회를 시작하면서 4층 교회 이름도 ‘미래에서 온 교회’로 바뀌었다.

신부·수녀·스님 강단 세우고 술집 경영하는 괴짜 목사들
교리보다 사랑을 믿는다면 ‘미래’ 로 찾아오시라!
어린왕자 별을 이정표 삼아

임 목사는 시인이자 수필가이자 음반기획자로서 팔방미인이고 지치지 않는 정력의 소유자다. 남녘교회 헌금을 같은 지역 달마산 미황사의 범종 불사를 위한 시주금으로 바쳐 기독교인들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뒤 미황사 금강 스님이 남녘교회에 교회 종을 선물했고, 절과 교회에서 동시에 종소리를 나눈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의 가슴에 맑은 종소리를 울려주었다.

‘생명과 환경을 생각하는 종교인 모임’에서 처음 만난 임 목사는 다른 목사들과는 달리 자유스러워 보였던 최 목사를 만나자마자 “교회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임 목사는 고인이 된 무등산 증심사 주지 일철 스님 등 광주전남지역의 여러 종교인들과 함께 풍경소리음악회를 열었는데, 일철 스님이 열반한 뒤 그 음악회지기의 바통을 최 목사에게 넘겨주었고, 마침내 한 살림까지 하게 된 것이다.

가톨릭 신부·수녀 뿐 아니라 불교 승려와 원불교 교무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고 상대방을 강단에 세우기도 하는 이들은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란 근본주의적 기독교 성향이 더욱 강한 이 지역에서 이단아를 자처한 셈이었다. 그러나 배타와 질시로 자기만의 영광을 위해 앞만 보고 가는 군대의 행군이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면 그늘에 앉아 쉬어 막걸리도 마시며 갈증을 풀고, 사랑을 나누며 길을 갔던 멋쟁이 예수의 삶을 믿기에 이들은 끝내 ‘미래에서 온 교회’까지 의기투합했다. ‘교리’라는 도그마로 늘 재단하고 단죄하는 몰상식이 상식으로 여겨지는 것이 ‘현재’이지만, ‘미래’엔 기독교인들이 종교와 신념과 출신이 다른 이웃의 누구와도 화해하고 나누고 사랑하는 삶을 당연하게 여길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이곳은 그래서 ‘교회’라는 틀이 없다. 이달부터는 매주 토요일 오후 7시엔 <야생초 편지>의 저자 황대권씨와 광주박물관 학예실장 강순형씨, 가수 김두수씨 등을 초청한 ‘지구별 정거장 학교’를 연다.

설교도 최·임 목사 뿐만 아니라 장성 한마음우렁이농장대표인 김성수 전도사와 전교조 광주여성위원장인 박미화 선생님, <작은 것이 아름답다> 편집장 김기돈 목사 등 다양한 멤버들이 함께 이끈다. 30~40명의 교인들은 4층 예배처소 마루에 빙 둘러 앉아 말씀과 찬양과 도시락을 나눈다. 그리고 음악을 나누고 영화를 나눈다. 꿈에 그리던 ‘미래’가 ‘지금 여기’에 오고 있다. comming.or.kr광주/글·사진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