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19 18:31
수정 : 2005.07.19 18:38
8월 만해축전
앞두고 만해 강의·시
뽑은책 나와
시대가 어둡고, 삶이 힘들어질 때 더욱 그리운 사람이 만해 한용운이다. 8월은 만해축전이 열리는 ‘만해의 달’이다.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만해·고은 청소년 시인학교’(3~5일)가 열리는 것을 시작으로 만해대상 시상식(12일)과 세계평화시인대회(11~14일), ‘해방 60돌 기념 학술세미나(11~14일), <유심> 작품상 및 신인상 시상식, 백일장, 서예전 등이 열린다.
만해축전을 앞두고 만해의 혼을 만날 수 있는 책들이 나왔다.
‘사람이 태어나기 전을 생각하면, 자기의 형체가 없고, 이미 죽은 뒤를 생각하여 보아도 자기의 형체가 없고, 살아 있는 현재를 생각하여도 홍안이 백발로 변하고, 쇠약해지고 병들어 건강을 보전하지 못하여 자기의 형체가 일정하지 못하니, 형체로서 자기가 허망하여 진실하지 못함을 간파한다면, 만물의 모양과 성질도 또한 자기의 형체와 같이 공허하여 구애됨이 없음을 알 것이라.’
허망한 육체 탓 물욕 생겨…길융화복에 일희일비말라
식민지 상황과 혹독한 가난…자유혼의 활발함으로 이겨
<만해 한용운의 풀뿌리 이야기>(바보새 펴냄)에서 만해는 사람이 이렇게 허망한 자기의 육체를 위하기 때문에 갖가지 물욕이 생겨 본심을 가리게 된다고 경책한다. 이 책은 중국 고전인 홍자성의 <채근담>으로 만해가 강의한 것을 묶었던 <정선강의 채근담>이란 책에서 효림 스님이 만해의 문장을 뽑아 옮겨 펴낸 것이다. 실천불교승가회 의장 효림 스님은 만해가 창간했던 <유심>지의 1회 신인상 수상 작가이자 현재 <유심>지 대표로서 설악산 만해마을에 지내면서 만해 정신을 재현하고 있다.
이 강의는 만해가 견성오도하기 바로 전인 1917년에 한 것이다. 만해의 혼이 꽃망울을 터트리기 직전이었던 셈이다. 여기선 이미 삶과 죽음, 또한 영광과 쇠락에 대한 무상을 간파하고, 이에 대한 초탈이 시종일관 흐르고 있다.
만해는 “사람이 조만간에 반드시 한번 죽는다는 것을 안다면, 생전의 일에 대해 지나친 고통과 근심을 느끼는 것은 옳지 않나니, 인생은 마땅히 수심의 눈썹을 펴고 활달하게 스스로 즐겨야 할 것”이라고 했다.
죽음 같은 조국의 식민지 상황과 끼니를 잇기 어려운 삶 속에서도 자유혼의 ‘활달함’이 어디서 온 것인지를 알 수 있다.
그는 “동해의 파도는 밀려왔다가 밀려간다”고 했고, 따라서 “복이 오더라도 기뻐하지 말고, 화가 오더라도 슬퍼하지 말라”고 했다. 세속의 길흉화복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화가 오기 전에 복이 오고, 복이 오기 전에 화가 온다”고도 했다. 그래서 당대 석학들의 스승인 석전 박한영 스님은 “바람 앞에서 한번 읽고, 소나무를 어루만지면서 한번 읽고, 돌을 쓸고 앉아서 한번 읽게 한다면 전일에 부귀의 호화로움을 구하던 생각이 깨끗이 소멸될 것”이라고 했다.
이 책에 담긴 만해의 안목은 이런 고승들을 탄복케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만해는 “무조건 잘 보는 것을 지혜라고 하고, 무조건 이기는 것을 용기인줄 알지만 잘라 말하면 보고 보지 않는 것을 자유자재로 하는 것을 밝음이라 하고, 이기고 이기지 않음을 마음대로 하는 것을 용기”라고 했다.
만해연구원 연구위원이자 전주 중앙여고 교사인 김광원 박사가 쓴 <만해의 시와 십현담주해>는 시로 농축된 그의 깨달음을 펼쳐낸다.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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