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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05 18:42 수정 : 2005.07.05 18:42

탐사 나흘째, 곡성에서 출발한 탐사대원들이 섬진강 구례구역 건너 비에 젖은 길을 걷고 있다. \


■ 데미샘~광양만 섬진강 도보탐사

130여명의 대원들 땀과 빗물과 함께하며 7박8일간의 탐사길

사람들이 걷는다. 550리 섬진강 물길 따라 바람도, 빗줄기도 함께 걷는다.

전북 진안군 백운면 팔공산 상추막이골 데미샘에서 발원해 전남·북과 경남의 3개 시 12개 군을 지나 광양만으로 흘러드는 남도의 젖줄기를 따라, 제1회 섬진강 대탐사 대원 130여명이 걷고 있다. 여느 해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더해 별안간 쏟아지는 기습 장맛비가 발걸음을 가로막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한발 한발 내딛어 광양만 바다에 닿아야 한다.

지난 6월 24일부터 7월 1일까지 7박8일 동안 전남 광양시와 광양시의회가 주최한 이번 섬진강 대탐사의 여정을 따라 함께 땀 발자국을 나눈 이들은, 처음 만났음에도 하루를 걷고 나니 형님 동생이 되고 이틀을 걷고 나니 일심동체가 되어 서로를 격려하고 뒤떨어진 동료들을 부축한다.

오염된 강을 보며 자연의 소중함 깨닫고
고통 딛고 한발 한발 희망과 자신감 부여

서울에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는 안해연(45)씨는 탐사대 모집 공고를 보고 회사일 등이 걸려 한참을 망설이다가 참가했다. 그런 안씨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경험하고 있다”며 활짝 웃는다. 부부가 함께 참여한 주장(38·광양 청년회의소)씨와 김미회(37)씨는 행진 도중 비가 내리자 서로 비옷을 입혀주며 지친 손을 나눠 잡는다. 인천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정국진씨는 무작정 탐사대를 찾아와 이틀째부터 함께 걷고 있다. 하루만 함께 하고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지만, 뚜벅뚜벅 걷다보니 사람들과 친해져 떠나질 못하고 있다. 전남 곡성과 광주 등에서 ‘숲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성숙씨는 섬진강을 너무 사랑해 발원지인 데미샘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단다. 간절했던 소망을 이뤄 성취감에 들뜬 박씨는 “땀과 고통에 절은 걸음으로 느낀 섬진강을 생태계가 살아있는 남도의 자랑거리로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이번 도보탐사대에서 가장 연장자인 서찬규(57)씨는 참가신청서를 내면서 이 먼 길을 다 걸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틀을 걷고 나서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직장에서 은퇴해 쉬고 있었던 서씨는 이번 탐사를 계기로 다시 힘을 얻어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화이팅’을 크게 외친다.

오백리가 넘는 강행군인 탓에 이번 탐사의 참가 자격은 일반인과 대학생으로 제한됐다. 광양시 의회 의장이면서 탐사대 대장을 맡고 있는 남기호씨는 자격제한에도 불구하고 열여섯 살의 대원이 있다며 자랑한다. 순천대에 다니는 검정고시 출신의 16살의 김강희군이다. 김군은 누나의 권유로 형과 같이 3남매가 모두 참가했다. 많이 힘들 것으로 예상해 각오를 단단히 하고 길을 떠났지만, 사람들과 만나고 섬진강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대학에 가기 위해 검정고시를 준비할 때보다 덜 힘들다며 ‘씨익’ 웃는다.

그랬다. 사람들은 걸으며 힘을 얻고 걸으며 자신을 이겨 나갔다. 발바닥에 생긴 물집을 제 손으로 터트려 쓰라림을 치유하고, 쏟아 붓는 때이른 장맛비보다 더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자신을 비워내고 있었다. 사람에 의해 오염된 강을 보며 자연의 소중함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뒤로 처지는 대원들의 손을 잡아주며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공동체 의식을 실천하고 있었다. 섬진강이 남도를 돌고돌아 스스로를 치유하며 바다로 흘러가듯이.

사진·글 구례/강재훈기자 khan@hani.co.kr


토막잠을 자랴 지인과 전화하랴 쉬는 시간이 너무 짧기만 하다.


저녁시간 탐사대원들은 딴 사람이 됐다.


노래부르며 소리지르며 박수치며 탐사 대원들은 서로를 북돋는다.


550를 걸으며 탐사대원들은 자연과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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