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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05 17:38 수정 : 2005.07.05 17:38

한경직 목사가 말년에 머물던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 안에 설립된 영락여자신학원에서 강의를 마치고 돌계단을 내려오는 정용섭 목사.


금단 ‘설교 비평’ 나선 정용섭 목사

“‘예수 천당, 불신 지옥’. 윤 목사의 설교에 등장하는 성서 이야기나 교회의 신앙 이야기는 한결같이 이 단순한 구조를 보강하기 위한 재료로 사용될 뿐이다. 그의 설교에서 죄, 십자가, 지옥, 천당을 빼면 남을 게 하나도 없을 만큼 그는 온통 이 구조에 천착하고 있다.”

지난 5월 무려 1만3천 평의 대지에 1만2천여 평의 새교회건물을 지을 만큼 가장 ‘잘 나가는’ 연세중앙교회 윤석전 목사에게 누가 이런 비평을 하는 것일까.

대구성서아카데미원장 정용섭 목사(52)다. 그는 개신교 월간지 <기독교사상>에 ‘설교비평, 멀지만 가야 할 길’을 연재하고 있다. 문학이나 영화는 물론 언론까지 비평의 대상에서 벗어난 것은 거의 없지만 설교는 대중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도 그 동안 금단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금단을 깨고 있다. 그것도 초록은 동색이라는 테두리를 끊고서.

“그가 말하려는 핵심은 영원한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서 지금 모든 걸 희생해서라도 교회에 나오고 헌금하라는 것이다. 웬만한 목사들은 이런 설교를 하더라도 에둘러 표현하지만, 윤 목사는 흡사 정력에 좋다는 뱀술이나 보약을 파는 약장사처럼 자신감 넘치게 설교한다. 그런 설교에 청중들이 빠져드는 것도 그의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거물급’ 목사 설교에
성서와 역사에 바탕한 날카로운 메스 들이대 적지 않은 파문 일으켜

교회 성장을 위해 신자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라면 성서 왜곡도 마다하지 않고, 선동하는 것에 대해 그는 “무대뽀”라고 단언한다. 다른 모든 사람은 이미 지동설을 받아들이지만, 자기만은 천동설에 근거해서 세계를 해석하고 행동하는 그런 현실 인식이 한국 교회에 팽배하다는 것이다.

날카로운 비평가 정 목사를 만났다.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 안에서였다. 그는 한경직목사가 설립한 영락여자신학원에 초대받아 강의를 한 뒤였다. 그의 강의를 들은 이들의 태도에서 깊은 공감대가 이뤄졌음을 직감할 수 있다.

그의 비평은 날카로움에 그치지 않는다. 독일 쾰른대 등에서 공부한 그의 비평은 신학자로서 성서에 근거하면서도, 문자를 넘어서는 통찰을 담고 있다. 하지만 개신교에서 설교 비평은 아직은 커뮤니케이션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 비평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 연세중앙교회의 윤 목사를 찾자 함윤용 사무장은 “윤 목사는 외출 중이며, 그 비평을 읽지도, 듣지도 못해 뭐라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비평을 받는 쪽이 알지 못할 만큼 그의 비평은 소리 소문이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이미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적지 않은 파문으로 퍼져가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와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목사,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 새문안교회 이수영 목사 등 그야말로 ‘거물급’ 목사들의 설교에 메스를 들이댔다.

그러나 그는 날카롭기보다는 청초한 인상이었다. 그에게 ‘하나님 나라’를 물었다. “‘어떤 것이다’는 없다. 존재는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을 뿐, 이를 ‘규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이미 ‘독선’이란 감옥에서 빠져나온 그는 다시 함정에 빠지지 않는 듯했다. 그의 비평을 비난 수준으로 보긴 어렵다. 성서와 역사가 늘 뒷받침되는 때문이다. ‘모새골’(영성수련원)의 임영수 목사와 주님의교회 이재철 목사 등의 설교는 그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이들에 대해서조차 ‘한계’를 족집게처럼 집어내곤 한다.

그는 “성서란 ‘2000년 전까지 하나님을 어떻게 경험했는가’를 기록한 것이고, 그 이후의 하나님 경험이 신학이지만 많은 목사들이 이런 성서와 신학을 무시한 채 자신의 극히 개인적인 체험을 보편화시켜,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성서를 도구화하기에 바쁘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2001년 대구기독교청년회 중부지회에서 ‘지성인을 위한 성서연구’모임 강사를 한 것을 계기로 결성된 대구성서아카데미(dabia.kehc.org)에서 ‘성서읽기’를 이끌며, 설교 비평을 하고 있다. 태풍이 될지 모를 나비의 날갯짓이 지금 대구에서 시작됐다.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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