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28 17:21
수정 : 2005.06.28 17:21
|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조각상 앞에서 ’빈곤‘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
‘빈곤과 교회의 역활’ 세미나
빈곤은 게으르거나 노력하지 않은 때문일까.
지난 25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기우 신부) 주관으로 열린 ’한국 사회의 빈곤과 교회의 역할’ 세미나는 방치돼 있는 ‘빈곤 문제’를 모처럼 깊이 있게 성찰하는 자리였다.
세미나는 인구의 20%가 부의 80%를 지배하는 지구촌과, 경제력이 세계 10위권이지만 빈곤층은 더욱 늘어만 가는 한국의 현실을 전제로 했다. 참석자들은 그리스도인들의 인간적 양심을 몹시 괴롭히는 가난의 문제를 교회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를 논의했다.
주제 발표는 가톨릭정의평회위원회 위원인 한홍순 한국외대 교수가 맡았다. “가난은 힘 없음을, 가난을 벗어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시장에 접근할 힘이 없음을 말한다. 가난은 일종의 착취다.”
한 교수는 가난을 개인의 문제에서 사회의 문제로 원위치시켰다. 그는 “빈곤이 더 비극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자원이 부족하거나 경제성장이 미흡해서가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욕망과 권력 때문”이라며 우선 가난한 이들의 세계에 들어가 이들이 겪고 있는 부당한 대우와 소외감과 무력감을 가능한 한 함께 나누고 연대하는 그리스도교적 소명을 실천하는 길을 제시했다. 그는 빈자를 온정의 대상으로만 여겨선 안되며, 함께 하고 연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노길명 고려대 교수도 “빈곤 문제는 치료적 방법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며 “빈곤을 유발하는 사회 체제를 변혁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 이강서 신부는 “사회에서 빈곤의 문제를 방치하고선 행복도, 평화도 있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도시 빈민들과 직접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는 프라도수녀회 소속의 정순옥 수녀는 “외국인노동자가 월급을 못받고 밤늦게 외국인노동자상담소에 찾아왔을 때 그곳에서 지어준 밥을 함께 먹으며 안도하고 행복해가는 모습을 볼 때, 주는 것보다 많은 것을 받게 된다”며 “가난한 이들이 우리를 재촉하고 놀라게 하고 감탄케하고 부활의 능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연현 기자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