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31 18:48
수정 : 2005.05.31 18:48
먼 옛날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린 거룩하신 교주님이 있었다. 그들 중에는 그의 하는 말을 깡그리 받아 적는 이들이 있어, 몇 해가 지나자 꽤 커다란 책이 만들어졌다. 추종자들은 그 책을 펼쳐보지 않고서는 아무런 행동도 못하게 되어 있었다.
어느 날 교주님이 통나무 다리를 건너다 물속으로 풍덩 빠지고 말았다. 추종자들이 함께 있었지만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어 책을 펼쳤다. 그 사이에 교주님은 꼬르락….
성휴 스님이 쓴 <붓다의 노트북>(바보새 펴냄)의 내용이다. 짧디 짧은 얘기 속엔 삶과 종교의 허상을 싹둑 베어내는 검이 번득인다. 육군사관학교를 자퇴하고 무역업을 하다 뒤늦게 출가한 스님답게 각 글마다 짤막한 한글과 영문 경구를 함께 선물했다.
‘정신이 멀쩡하신 분이 계시면 나한테 데려와요. 제가 잘 치료 해드릴 테니까-칼융.’ 예를 들면 이런 글이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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