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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4 17:33 수정 : 2005.05.24 17:33

큰나무교회 임종수 목사

서울시 강서구 방화3동 800. 지하철 5호선 종점 방화역에서 개화산을 향해 200미터쯤 가면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말끔한 현대식 건물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큰나무교회다. 건축 디자인이 신세대 감각이다. 바로 옆 국제청소년센터와 궁합이 잘 맞다.

“처음 저를 본 사람들은 깜짝 놀라지요. 교회에서 하는 짓을 보면 30~40대인 것 같은데, 이렇게 나이를 많이 먹었느냐구요.”

담임 임종수 목사(64)의 말처럼 그의 나이로 교회를 어림잡았단 오판하기 일쑤다. 지난해 임 목사는 이 교회에서 미자립교회 목사들 148명을 위해 1박2일 동안 무료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 교회를 방문한 목사들은 임 목사가 미국에서 강사로 초청한 유명한 목사의 강연보다는 “너무 엉뚱하다”며 임 목사의 교회 운영에만 관심을 쏟았다.

봄이면 꽃씨 3천 봉지를 마을 사람들에게 돌리는가 하면, 교회가 개화산의 야생화들을 직접 찍어 만든 달력을 주민들에게 나눠준다. 또 가끔 개화산 등산로와 주변시설을 안내하거나 개화산에서 ‘지킬 것과 없앨 것’을 안내하는 팸플릿을 나눠주기도 한다. 팸플릿에 교회 얘기는 아예 없다. 8년 간 한 번도 거리 전도를 나가지 않아도 자연의 냄새를 맡고 찾아온 이들로 교인들이 3배 이상 늘었다.

신자 중 학생 40% 차지…자연과 함께하는 교회
텔레비전 끄여 운동도 벌여

큰나무교회에서 임 목사의 나이테를 굳이 엿보자면 10대쯤일까. 1977년 그가 관악구 봉천동에 처음 개척한 교회가 ‘어린이교회’였다.

어린 시절 늘 어른들로부터 “차례를 지켜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지만 이발소에서 자신의 차례 때인데도 어른이 오면 이발사 아저씨는 “너는 더 놀다 와라”고 내보내곤 했다. 교회에서도 어린이들은 늘 뒷전에 밀려나는 것을 보았다. 아예 어른들 없이 어린이들만의 교회를 만들면 결코 어린이들이 뒷전에 밀려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만든 것이 어린이교회였다. 어린이를 따라 어른들이 모여들어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어우러지는 교회가 되었지만 언제나 어린이가 중심인 교회였다.

봉천동에서 이곳으로 옮겨온 지 8년째. 500여 명의 신자 가운데 200여 명은 학생이다. 서울에서 가장 젊은, 아니 어린 교회인 셈이다. 지난해엔 새로 출석한 30가정 가운데 27가정이 어린이 때문에 이 교회를 선택했다.

유아반, 어린이반, 중등반 모두 나무 이름을 땄다. 이들 반들은 빔 프로젝트까지 설치된, 어른 예배당 못지 않게 반듯한 예배실을 따로 가지고 있다. 반 안의 소모임들도 겨자나무 등 푸릇푸릇한 초록들의 모임이다.

임 목사는 한 달에 5주가 있는 달의 마지막 주일에는 어른 예배엔 참석하지 않고, 어린이들하고만 예배를 드린다.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한 주간은 큰나무교회와 함께 하는 이 마을의 ‘텔레비전 한 주간 끄기’ 기간이었다. 이 캠페인 역시 어린이들이 중심이다.

‘텔레비전은 끄고, 사랑은 켜고’

참여자들은 교회에서 만든 스티커를 텔레비전 모니터 가운데 붙이고, 어린이들과 함께 짠 프로그램에 따라 음식 만들기나 놀이 등 텔레비전 시청 대신 다른 생활을 시도한다.

임 목사는 그림솜씨를 발휘해 ‘상엽이의 방’, ‘하영이의 방’ 등 방 문패를 그려주기도 한다. 임 목사와 함께 큰나무교회에서 어린이들의 큰 꿈이 자라고 있다.글·사진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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