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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회장은 <중앙일보> 편집국장과 사장을 지냈다. 언론계 현직에 있을 때와 견줘 현재 한국 언론 저널리즘의 질을 비교해달라고 하자 이렇게 답했다. “나아진 것 같지 않아요. 특히 언론의 필터링 기능이 많이 나빠졌어요. 디지털 때문일 겁니다. 사회적 이슈를 제대로 잡아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그런 열의가 덜 느껴집니다.” 강성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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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년부터 자립 ‘어린이재단’ 재탄생
‘창립 70돌’ 국내외 100만여명 지원
“사업 투명성으로 후원자 신뢰 높아” ‘북한 어린이 돕기’ 별도 사업도 계획
“가진이들 ‘더불어 사는 정신’ 지녀야” 그는 1965년 <중앙일보> 공채 2기로 기자 생활을 시작해 이 신문사 사장까지 지냈다. 2004년 퇴직한 뒤엔 통역 봉사단체인 한국비비비(BBB) 운동과, 한국자원봉사단체 협의회를 이끌었고 만 70살 되던 해에 재단 회장을 맡았다. ‘제2의 인생’ 키워드가 나눔과 봉사인 셈이다. <중앙일보>에 있을 땐 삼성 비서실에서 3년 이상 일하기도 했다. 나라를 위해선 우선 기업이 잘 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모두가 똑같이 사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체제는 현실에선 가능하지 않아요.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기 때문이죠. 대신 각자 열심히 살고 나눠야 합니다. 많이 가진 분들이 나눔과 봉사로 더불어 사는 정신을 발휘해야 우리 사회가 제대로 갈 수 있어요.” 재단은 ‘어린이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펼치고 있다. 2011년 아동복지연구소를 만들어 연구원 8명을 두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올해 아동옹호센터 8곳을 새로 만들었고 지난 대선과 올해 지방선거 때는 아동정책 공약 제언을 주요 후보자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선 부모가 자녀에게 놀 시간을 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출산율 저하로 아이들이 외롭게 자라요. 사회성도 떨어지고 남을 배려하는 훈련도 못 받죠. 또 종일 놀지도 못하고 학원에 있어야 하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이번주(9일)에도 서울시와 함께 어린이 놀이터 국제심포지엄을 합니다. 재단 취지에 공감해 여러 자치 단체들이 같이 일을 하자고 합니다.” 이런 시도가 공부로 자식이 성공하길 바라는 부모 마음을 이길 수 있을까? “캠페인을 장기적으로 해야죠. 그렇게 하면 생각이 바뀔 수 있겠죠. 방탄소년단을 보세요. 놀이가 아이들 성장에 굉장히 중요해요.” 재단의 국외 지원 사업비는 꾸준히 늘어 지금은 200억원 정도다. “후원자들이 국외 24개 나라의 2만5천명 어린이와 결연을 맺었어요. 학교를 세우고 환경 개선하는 데도 쓰죠. 후원자 조사를 보면 14% 정도가 국외 아동을 돕겠다고 해요. 한국이 완전한 선진국이 된다고 가정하고 궁극적으로 해외 지원 사업비 비중을 30%까지 늘릴 생각입니다. 지금은 12%입니다.” 재단은 2001년부터 북한 어린이 지원 사업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주 평양을 방문해 사업 모니터링을 하고 왔다. “북쪽에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설 지원을 요청하더군요. 지금은 제재 때문에 어려우니 기다려달라고 했어요. 북 지원이 가능해지면 후원자 의사를 물어 북쪽 아이들도 따로 지원할 생각입니다.” 이 회장의 제안으로 재단 직원들은 한 달에 한번 평일 점심 시간에 재단 주변 거리 청소를 한다. 보통 30명의 직원이 참여한단다.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20%까지 갔던 자원봉사 참여율이 요즘 19%로 조금 식은 것 같아요. 이렇게 된 데는 정부나 지자체가 자원봉사 단체를 지원하면서 활동에 개입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민간 주도로 해야죠.” 후원 문의 1588-1940.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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