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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4 17:15 수정 : 2020.01.15 09:21

최승호 <문화방송>(MBC) 사장이 9일 오후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다음달 퇴임을 앞두고 공영방송의 역할, 무너진 조직 재건, 신뢰 회복 등에 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다음달 퇴임 최승호 MBC 사장】
스타 피디에서 경영인으로 2년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위기 속
‘경영 문외한 적자 경영’ 비난에도
인적청산·시청률 상승 성과 내

“공영방송 배제하려는 방통위 정책
국민들에게 좋은 것인지 회의적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성 시급
퇴임 후엔 저널리스트로 살고 싶어”

최승호 <문화방송>(MBC) 사장이 9일 오후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다음달 퇴임을 앞두고 공영방송의 역할, 무너진 조직 재건, 신뢰 회복 등에 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997일 대 763일’

최승호 <문화방송>(MBC) 사장이 이명박 정부 시절 김재철 사장 체제의 불공정 방송에 저항하다 일터에서 쫓겨났던 기간과 2017년 12월 복직해 공영방송 수장으로 지낸 날짜를 비교하면 이렇다. 폐허가 된 방송을 정상화하고 무너진 신뢰를 되찾기 위해 인생 청사진에서 계획한 바 없는 언론사 사장으로 2년 넘게 옆 안 보고 달려왔다. 하지만 힘겨웠던 해고 기간 못지않은 긴장과 고된 시간의 연속이었다. 이제 그 짐을 내려놓고 다음달 물러나는 최 사장을 지난 9일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에서 만났다.

김장겸 전 사장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은 그는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이미 지난달 밝혔다. 보궐 사장들의 경우 통상 연임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기에 물러나는 데에 아쉬움은 없는지 물었다. 최 사장은 “원래 언론사 사장을 꿈꿨던 것이 아니라 7~8년 적폐에 무너진 조직을 재건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내 역할이 필요하다고 봤고, 시대적 소명으로 받아들였다”며 “내게 주어진 시간이 2년이었고 내 역할은 충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새로운 리더십으로 방송을 힘 있게 이끌고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최승호 <문화방송>(MBC) 사장이 9일 오후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다음달 퇴임을 앞두고 공영방송의 역할, 무너진 조직 재건, 신뢰 회복 등에 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피디수첩>으로 잘나가는 스타 피디이자 앵커였던 그는 정권의 방송 장악에 맞서 적극 투쟁했으며, 해직 뒤에도 공정방송을 위한 노력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그래서 갈가리 찢긴 조직 내부를 추스르고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방송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데 적임자라는 방송사 안팎의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경영은 녹록지 않았다. 종합편성채널(종편)과 넷플릭스, 유튜브의 공세 등 급류를 탄 미디어 환경까지 겹쳐 지상파 방송 모두가 위기에 맞닥뜨렸다. 이런 시장 상황을 무시한 채 임기 내내 “경영 문외한이 노조를 등에 업고 적폐 청산에 몰입하다 적자 경영을 불렀다”는 보수 세력의 끊임없는 공격과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문화방송>은 그의 취임 뒤 적폐 청산기구인 정상화위원회를 띄워 편파·왜곡 보도나 부패 등 문제가 있는 인물들을 조사하고 징계 절차를 밟았다. 최 사장은 “인적 청산은 거의 마무리됐지만 콘텐츠 재건은 아직 절반 정도 진행 중”이라며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신뢰도는 많이 올라갔고, 예능도 상당 부분 정상화됐다. 드라마 콘텐츠가 아직 미흡하고, 디지털 콘텐츠는 올해 의욕적으로 시작하려고 한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바닥을 쳤던 시청률도 상승 추세고 신뢰도 회복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 내부에선 매우 고무적인 분위기이다. 그동안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토대를 다진 그의 공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적폐 청산 과정에서 해고자가 많이 나와, 해직을 겪은 사람으로서 관용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던 것에 대해 그는 “저널리즘 원칙으로 볼 때 용인할 수 없을 정도의 보도윤리 위반, 미투 문제 등은 관용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구시대적 적폐 정리에 단호함을 보였다.

피디에서 경영인으로 바뀐 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뭘까. 개별 콘텐츠를 넘어 공영 방송사로서의 전략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는 점이다. 이번 신년사에서도 공적 책무에 방점이 찍혔다. 그는 “과거 독과점 시대의 지상파는 더는 통하지 않는다. 달라진 시대 환경에 맞게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고, 공영방송으로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과 사회적 가치를 담아 해법을 제시하는 미디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문화방송>을 공공서비스 방송으로 분류해 공영방송에서 배제하려는 시도를 한 데 대해서 “독일 통일 과정에서 동·서독 공영방송이 서로 다른 문화에서 오는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큰 역할을 한 것처럼, 우리도 통일을 대비해 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공영방송을 줄이는 정책 방향이 국민에게 좋은지 회의적”이라고 짚었다.

최승호 <문화방송>(MBC) 사장이 9일 오후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다음달 퇴임을 앞두고 공영방송의 역할, 무너진 조직 재건, 신뢰 회복 등에 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상파 방송에 대한 차별적 규제 역시 공영방송 입지를 좁힌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 때 종편을 살리기 위해 이들에게 많은 특혜를 줬다. 지난해 광고 매출을 보면, 종편인 <티브이조선>(TV조선) 38.6% 증가, <엠비엔>(MBN) 13.9% 증가 등 실적이 좋았지만 지상파는 평균 15.5%나 줄었다”며 “시청자의 매체 선택권은 늘었지만 미디어가 파편화하고 가짜뉴스가 많아져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가 사회적으로 더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 재원 구조의 안정성이 필요한데, 광고 등의 차별 규제로 지상파는 생존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신중한 발언을 이어갔지만 공영방송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화에 대해선 여러 차례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차기 사장 선임 절차에서 도입하기로 한 시민평가단도 “진일보한 안이지만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문화방송>에 정치적 영향력을 휘두르려는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다시 뒤집힌다. 방송사 내부에서도 정치권을 바라보는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국회에서 법을 통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제대로 정비하는 것이 맞다. 총선 이후 여야가 이 문제에 대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사장 퇴임 뒤의 계획에 대해선 “현장에 다시 돌아가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싶지만 잘할 수 있을지 겁난다”며 “아직 <문화방송> 사장으로서 개인적 미래를 말하는 것은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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