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배달 법인 설립…유통구조 개선 기대
발전기금 혜택 인터넷신문 영향력 커질듯 국회는 지난 1일 새벽 신문법안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법안’을 통과시켰다. 한나라당이 반대한 탓에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법안이 통과된 만큼 이제 신문시장에는 적잖은 구조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문법 내용 가운데 △일반 및 특수 일간신문(138개) 가운데 1개 신문의 시장점유율이 전체 신문시장의 30%(3개 신문이 60%)를 차지하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고 △공동배달과 수송을 대행하는 법인 형태의 신문유통원을 만들며 △인터넷언론을 법제화한다 등은 조·중·동의 시장 독과점에 균열을 낼 가능성이 높다. ◇ 조·중·동 거품 빠질까?=전국언론노조 자료를 보면, 조선·중앙·동아 등 이른바 3대 신문의 시장점유율은 ‘에이시닐슨’ 등 외부기관의 조사에서 한번도 7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시장점유율 규제 조항이 적용되면 조·중·동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고에서 지원되는 신문발전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세 신문이 일제히 이 조항을 ‘표적입법’ ‘위헌’ 등의 논리로 비난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하지만 정부가 점유율을 인위적으로 내리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다, 거대신문들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불공정 행위를 해 여론독과점을 구축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이런 조항이 마련된 것이다. 언론노조가 제지사 등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지난해 12월1일부터 조선이 210만부, 중앙 190만부, 동아가 180만부 등 전보다 발행부수를 20여만부 정도 줄였다. 조·중·동이 겉으로는 신문법을 비난하면서, 발빠르게 제도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조·중·동의 독자가 ‘마이너신문’ 쪽으로 가진 않겠지만 일단 세 신문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진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 제도가 성공하려면 발행부수를 문화관광부에 보고하는 식으로 시장점유율을 정확히 측정해야 하는데 신문부수공사(ABC)를 강화하는 정도여서 점유율 측정 기준이 되는 발행부수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 후진적 유통구조 개선될 듯=전문가들은 공동배달과 수송을 대행하는 법인 형태의 신문유통원이 제대로 운영되면 오히려 시장점유율 규제보다 훨씬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중·동 외에 다른 신문을 보고 싶어도 군소신문들의 배달망이 취약해 세 신문을 구독할 수밖에 없었던 독자들이 지금보다 폭넓게 신문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곳곳에 단독지국을 세워 경품을 무기로 독자를 늘려온 조·중·동의 기세가 한풀 꺾일 수밖에 없어, 유통구조가 적잖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조·중·동이 신문유통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관건인데, 언론계에서는 세 신문이 지역을 시작으로 점차 수도권까지 동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호 전국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지역 같은 경우에는 워낙 넓다 보니까 지국을 운영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며 “3대 신문이 수도권은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겠지만 지역의 경우에는 신문유통원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미 공동배달제 시행을 염두에 두고 보광그룹이 운영하는 훼미리마트에서 구독료를 받는 등 독자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발빠르게 대응하는 조·중·동 등이 서비스를 차별화하면서 시장에서 지배력을 갖게 되면 지금까지 이 세 신문의 판촉행위에 쏟아졌던 비난이 무색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신문유통원 설립이 오히려 세 신문에는 유리할 수도 있다. 신문유통원 설립은 유통구조 개선 효과뿐만 아니라, 거대신문이나 군소신문 모두한테 도약하거나 도태될 수 있는 똑같은 조건을 던져준 셈이다. ◇ 커질 인터넷신문 ‘파이’=인터넷신문은 그동안 법 밖에 있었다. 그런데 이제 인터넷신문은 업무정지 및 등록취소 등 정부의 규제를 받기도 하지만, 대신 신문발전기금을 받게 됐다. 영향력 면에서 점점 신문을 능가하고 있는 인터넷신문이 재정상태까지 좋아지면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고, 독자들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지 신문을 사볼 이유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물론 인터넷신문 가운데도 선두그룹과 후발주자들의 격차가 커서 ‘쏠림현상’이 심하지만, 신문시장을 위협하는 요소임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신문이 인터넷의 공세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내용의 깊이와 독창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서중 교수는 “신문법 개정 등 신문개혁 조처가 내부 싸움으로 지체될 여유가 없다”며 “신문법 등은 기본 조건이고 신문은 생존을 위해 인터넷신문과 차별화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이 지상파 빼고는 방송 영역의 많은 부분에 진출한 것도 이런 까닭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이번에 신문법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언론계 안팎에서 ‘신문사의 방송국 겸영 금지’ 조항의 불씨가 조만간 되살아날 것이라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영인 기자 yi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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