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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22 16:34 수정 : 2019.12.23 11:58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한 지난 8월29일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 입구에 걸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한 지난 8월29일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 입구에 걸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항소심 전에 대외적인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발표한 것 같은데,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삼성이) 큰 변화를 수용했다고 보진 않아요.”(삼성 계열사 노조 관계자)

지난 18일 삼성그룹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에 개입한 전·현직 임원 7명의 실형 선고에 ‘입장문’을 내자 보수·경제지들은 일제히 “삼성이 창립 81년 만에 ‘무노조 경영 방침’을 폐기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작 ‘노조 할 권리’의 당사자인 삼성 계열사 노조 조합원들은 이러한 해석에 “꿈보다 해몽”이란 반응을 보인다.

‘노조 와해 공작’의 피해 당사자인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삼성의 진정성에 물음표를 던졌다. 네 문장으로 구성된 입장문에서 삼성은 “많은 분들께 걱정과 실망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만 밝혔을 뿐, 정작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사과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윤종선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비상대책위원회 의장은 “사건의 피해자들이 엄연히 있는데, 노동자에 대한 사과 없이 ‘많은 분들께 죄송하다’고 퉁치면 당사자들은 그 진정성을 믿을 수 있겠나”라며 “삼성이 정말 무노조 경영 원칙을 폐기할 생각이라면, 그 입장을 명확히 밝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공식적으로 ‘무노조 경영 방침 폐기’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 이번 발표 역시 또 한 번의 말뿐인 ‘이벤트’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기본권을 부정한 채 삼성이 수십년간 무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총수 일가의 고집이 있다. 삼성이 약속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의 정립”을 실현하려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명의의 입장문이 아닌, 총수 일가의 대국민 사과부터 나와야 한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회사 내 ‘어용노조’를 해산하고, 조합원들이 자생적으로 세운 노조와 단체교섭을 체결할 때 비로소 무노조 경영 포기를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삼성은 이른바 ‘에스(S) 문건’이라 불린 그룹 노사전략 문건에 따라 지난해 3월까지 ‘어용노조’를 만들어 직원들의 노조 설립과 활동을 방해했다. 여전히 절대 다수의 삼성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두려워하는 이유다. 삼성은 아직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지 않았다.

선담은 ㅣ 사회정책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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