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10.22 16:00 수정 : 2019.10.22 21:07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인 지난 7월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직장갑질 119’ 회원들이 ‘슬기로운 직장생활’ 캠페인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직장갑질 금지법 100일
직장갑질119, 직장인 1천명 대상 설문조사

중소·영세기업 직장갑질 지수, 시행 전보다 3점 늘어
공공 부문과 대기업은 각각 9.6, 6.9점씩 크게 줄어

중기 예방교육 의무 아냐…실행률 공공·대기업 절반
“정부 차원에서 실태 점검하고 제도적 지원책 마련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인 지난 7월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직장갑질 119’ 회원들이 ‘슬기로운 직장생활’ 캠페인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직속 상사로부터 ‘한 번 더 (집에) 일찍 가면 잘라버린다’는 등 욕설과 모욕 등을 일상처럼 들었습니다. 인사과 담당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얘기했으나 ‘그 사람 성격이 원래 지랄 맞은 거’라며 별거 아닌 일로 치부했습니다. 결국 업무적 질병으로 허리 디스크가 와서 산재 신청을 하게 됐고, 휴직을 연장하려고 했더니 ‘아픈 건 개인적으로 아픈 거고, 그럴 거면 개인사업 해라. 너 복귀해도 팀에서 너 반길 사람 없으니 다른 팀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2.

파견직으로 간 회사에서 오전 9시 출근인데 좀 더 일찍 출근하라고 해서 보통 40∼50분 정도 일찍 출근해 업무를 시작합니다. 사장이 습관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합니다. 녹취도 했습니다. 욕설로 정신적으로 더는 근무가 힘들 것 같아 퇴사하는 쪽으로 거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두 사례는 모두 중소 영세기업 노동자들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신고한 내용이다. 23일이면 지난 7월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직장갑질 금지법)이 시행된지 정확히 100일이 되지만, 중소 영세기업 노동자들이 폭언과 협박, 모욕감을 주는 언행 등의 피해를 입는 ‘직장갑질 지수’는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 지수가 개선된 공공부문과 대기업 상황과 대비되는 결과다.

직장갑질119는 직장갑질 금지법 시행 100일 맞아 19~55살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직장갑질 지수 △직장갑질 경험 및 대응 △갑질금지법 인식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직장갑질과 관련한 41개 항목에서 1∼5까지 점수를 매겨 합산하는 방식인데, 점수가 높을수록 직장갑질이 심하다는 의미다. 조사 결과, 중소 영세기업의 직장갑질 지수는 31.4점으로 직장갑질 금지법 시행 이전인 지난해(28.4점)보다 3점 늘었다. 반면 대기업은 30.6점으로 지난해(37.5점)에 견줘 6.9점 줄었고, 공공부문도 26.0점으로 지난해(35.6점)에 견줘 9.6점 줄었다. 전체 평균은 30.5점이었다.

전문가들은 사업장 규모별로 직장갑질 지수가 차이 나는 이유로 ‘교육의 효과’를 꼽았다. 실제 ‘법 시행 전후 직장갑질 예방교육을 경험했는지’를 묻는 항목에 공공기관은 59.7%, 대기업은 46.4%가 ‘경험했다’고 답했지만, 중견기업은 32.3%, 중소기업은 22.2%, 영세 개인 사업자는 10.1%만 ‘경험했다’고 답했다. 최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공공부문에서는 자체 규정으로 갑질 예방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고, 대기업에서도 취업규칙을 정비하면서 관련 교육을 의무화했다”며 “교육을 통해 ‘이 정도면 괴롭힘이니, 신고하자’는 인식이 직장갑질과 관련한 감수성을 올리는 효과로 나타난 것 같다”고 짚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직장 갑질을 신고하는 분들의 80%가 중소 영세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며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실태 점검과 제도적 지원, 홍보 방안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