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사내하청 노동자, 지게차에 치여 숨져

현대차 납품 서진산업 경주공장서 22일 낮에 사고발생
금속노조 “통행로도 구분 안되고 특별안전교육도 없어”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에서 일하던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지게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회사에선 5달 전에도 외부 업체 직원이 일시적인 업무를 하던 중 추락해 숨졌다.

23일 전국금속노조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북 경주에 있는 서진산업 공장에서 일하던 사내하청 노동자 장아무개(35)씨가 지난 22일 낮 12시54분께 공장 출입문 옆 흡연실 쪽에서 다른 노동자와 대화를 하던 중 달려오던 지게차에 그대로 치이는 사고가 났다. 장씨는 주변에서 작업하던 동료들의 신고로 출동한 119 대원에 의해 울산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손 쓸 틈도 없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도 지게차 운전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금속노조는 “서진산업 경주공장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안전보건조치도 없이, 살인적인 유해위험기구와 노후 설비, 무리한 작업에 투입됐다”며 “수시로 지게차 작업을 하지만 지게차와 작업자 통행로조차 구분돼 있지 않았다”고 짚었다. 또 “지게차 작업자들은 특별안전교육을 한 번도 받지 못했고, 작업자들은 살기 위해 지게차를 피해가며 일해야 했다”고 해 이번 사고가 예견된 인재임을 강조했다.

이 회사에선 지난 2월에도 라인 이설 공사 작업을 하던 외부업체 노동자가 작업 중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났다. 불과 다섯 달 만에 중대재해 사고가 연이어 일어난 것이다. 금속노조는 “노동자들이 원청에 ‘노후 설비를 고쳐달라, 사고 위험이 많다, 위험 설비를 개선해달라’고 얘기했으나 원청은 이들의 요구를 십여 년 넘게 무시해왔다”며 “지난 2월 추락 사망사고 당시 포항고용노동지청이 제대로 된 감독을 했다면 지금까지 서진산업의 처참한 작업환경이 방치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씨 유족 쪽은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회사 쪽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종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