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5.22 21:02 수정 : 2019.05.22 21:04

김은아 안전보건공단 직업건강연구실장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반도체 제조공정 노동자의 혈액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와 관련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삼성반도체 사태 12년만에
안전보건공단 역학조사 발표
전·현직 20만여명 10년 추적
“백혈병 걸릴 확률은 1.6배 높아”
반올림 주장 마침내 사실로 드러나

김은아 안전보건공단 직업건강연구실장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반도체 제조공정 노동자의 혈액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와 관련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국내 반도체 공장에서 칩을 다루는 일을 하는 여성 노동자가 백혈병에 걸릴 위험은 전체 노동자보다 1.59배 높고 이로 인해 숨질 위험성은 2.8배나 높다는 국가기관 차원의 첫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같은 혈액암인 비호지킨림프종의 경우엔 사망 위험이 최대 3.68배나 높았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등이 10년 넘게 주장해온 내용이 마침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김은아 안전보건공단 직업건강연구실장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반도체 제조공정 근로자에 대한 건강실태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이 2009년부터 10년 동안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우선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가 혈액암 종류인 백혈병에 걸릴 위험성은 1.5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공장의 클린룸에서 반도체 칩을 직접 다루는 20~24살 여성 오퍼레이터 노동자의 위험비는 2.74배였다. 연구진은 삼성전자·에스케이하이닉스 등 반도체 회사 6곳에서 일한 전·현직 노동자 20만1057명을 추적조사했다.

여성 오퍼레이터가 백혈병으로 숨질 위험성은 다른 노동자의 2.81배에 이르렀다.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오퍼레이터로 일하던 황유미씨도 2007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숨지며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문제를 처음으로 알린 바 있다. 혈액암의 한 종류인 비호지킨림프종의 경우엔 반도체 공장에서 오퍼레이터로 일하는 여성 노동자의 발생 위험비가 2.19배에 이르렀고, 반도체 회사 전체 여성 노동자가 이 병으로 사망할 위험성은 3.68배나 됐다. 일반 국민과 비교해도 2.52배 높았다.

연구진은 “갑상샘암, 위암, 유방암, 뇌 및 중추신경계암, 신장암 등의 위험비가 증가했다”면서도 갑상샘암과 여성의 위암과 유방암은 직장에서의 종합건강검진 확대 등으로 반도체 회사 노동자들이 발병 사실을 더 많이 알게 됐을 가능성 등을 들어 “추적관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앞서 공단은 2007년 황유미씨 산재 신청을 계기로 반도체 사업장의 혈액암 발병 등에 관한 추적조사를 1년간 벌여 2008년 12월에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짧은 조사 기간으로 백혈병 발병과 관련한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한데다 ‘건강 노동자 효과’를 무시한 연구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반 국민에 견줘 입사 때와 재직 중 건강검진 등을 꾸준히 받는 노동자 집단이 더 건강하기 때문에 위험비 비교를 일반 국민이 아니라 같은 노동자 집단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실장은 이날 반도체 노동자의 각종 암 등 발생 위험 수치를 일반 국민, 그리고 전체 노동자와 비교한 두가지 수치로 내놨다.

이번 연구 결과로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각종 혈액암에 걸린 노동자가 산업재해 승인을 받기가 더 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백혈병·악성림프종 등 8개 질환의 경우 이미 산재로 인정된 사례와 같거나 비슷한 공정에서 일한 이의 산재 승인 과정을 간소화하는 이른바 ‘추정의 원칙’ 도입 이후 넓어진 반도체 노동자들의 산재 승인의 문이 더 넓어진 셈이다.

이번 연구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올림은 이날 논평을 내어 대기업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이번 조사에서 빠진 점, 반도체 공장의 작업 환경과 화학물질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각종 암 등 병의 원인을 찾지 못한 점 등을 짚었다. 반올림은 “위암이나 유방암, 갑상샘암의 경우 단지 건강검진 기회가 많아서 증가한 게 아니라 야간 교대 근무나 (공장에서) 방사선 노출의 영향 때문은 아닌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황상기 반올림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07년 우리 유미 산재 신청을 했을 때 삼성은 ‘개인 질병’이라고 발뺌하고 정부도 이를 앵무새처럼 따라 하며 끝까지 발뺌했다”며 “이제야 우리가 10년 전에 한 얘기가 100% 맞는다는 게 입증됐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