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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28 15:43 수정 : 2019.03.28 17:54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회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계층대표 3인의 소속 단체인 전국여성노동조합과 청년유니온,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참여연대가 27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연 긴급토론회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에서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청년유니온 제공

27일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토론회
“정부가 노동자 기본권 놓고 흥정…균형부터 맞춰야”
“정부가 의제 선정·합의 결과 유도까지 해선 안 돼”
“단기 쟁점 말고 중장기 의제 노사정이 선정해야”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회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계층대표 3인의 소속 단체인 전국여성노동조합과 청년유니온,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참여연대가 27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연 긴급토론회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에서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청년유니온 제공
여성·청년·비정규직 계층대표 3인의 불참으로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회의가 두 차례나 무산되는 등 교착 국면에 빠진 가운데,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 정부·여당이 경사노위에 의제 선정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등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해법으로 제시됐다. 우리 사회가 아직 사회적 대화의 경험이 부족한 만큼, 주체들 간의 경험과 신뢰를 쌓기 위한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계층대표 3인의 소속 단체인 전국여성노동조합과 청년유니온,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참여연대가 27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연 긴급토론회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정부·여당이 사회적 대화의 단기 성과에 집착하고 여론막이용으로 의제를 떠넘기는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단계적·점진적으로 사회적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경사노위의 1호 합의안이 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안’과 관련해 “왜 사회적 대화 기구가 정부·여당의 입법 요구에 순응했는지 의문”이라며 “경사노위는 노사관계의 미래 의제 개발, 심층 논의, 갈등 조정과 통합의 촉진자 구실을 해야 하지 운동장에서 직접 뛰는 집행자가 돼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례 대표성이 결여된 국회 구조와 낮은 노조 조직률, 대표성이 취약한 사용자 단체, 노사 자율성이 취약한 노사관계 등 여러 면에서 사회적 대화가 유용하고 절실한데도 노사정 모두 단기 업적 주의와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수동적 조직 논리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3개국 노사관계 전문가 48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분석을 소개하면서 사회적 대화의 촉진 조건으로 ‘노사 간 힘의 균형’을 강조했다. 배 대표는 경사노위 의제별 위원회인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의제를 두고 “노동기본권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한국에서 정부가 실망스럽게도 이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놓고 흥정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의 존재 목적을 점검하고 기울어진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김혜진 세종대 부교수(경영학)는 정부가 의제를 선정하고 합의 결과를 유도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적 대화의 역사가 짧고 노사 간 신뢰도가 낮은 한국 상황에서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구실을 정부가 담당해 왔던 것은 적합해 보이지만, 정부 구실이 의제를 선정하고 합의 결과를 유도하는 것까지 가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정부나 국회에서 여론막이용으로 사회적 대화에 의제를 떠넘기고 시한을 정하는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 단기적 쟁점을 떠안는 식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의제를 노사정이 같이 선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회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계층대표 3인의 소속 단체인 전국여성노동조합과 청년유니온,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참여연대가 27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연 토론회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에서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청년유니온 제공
이태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도 “당정청의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를 압박하고 시한을 강요한 것은 독립성 원칙에 위배된 것”이라고 봤다. 그는 “경사노위는 계층대표들의 참여 배제와 정보 미제공, 거수기화를 통해 ‘주목받지 못하고 소외됐던 계층들의 목소리를 담아 균형적 경제로 나아감’이란 경사노위법 개정 취지를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경사노위가 본회의의 심의·의결 없이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의 ‘합의’만을 두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처럼 공표한 것에 대해서도 “사회적 대화 및 합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윤효원 글로벌 인더스트리 컨설턴트는 사용자들과 정부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들은 대부분 한국전쟁이 있기 전에 이미 만들어졌고 심지어는 2차 세계대전 이전에 만들어진 것도 있다”면서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최저 수준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국제조약을 비준하자는 논의에서 해당 조약 자체를 부정하고 모욕하는 태도를 보이며 자신들의 무지와 후안무치함을 드러내는 게 한국 사용자들의 수준”이라며 “이는 사실상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적 대화는 단계적·점진적·동시행동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언제까지 안 되면 정부가 국회에 넘기고 국회가 일방적으로 처리한다’는 식의 협박은 사회적 대화의 안착에 백해무익하다”라고 정부와 여당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한편 이날 열린 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전체회의는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논의 시한은 다음 달 초로 연기됐다. 박수근 위원장은 회의 뒤 가진 짧은 언론 브리핑에서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에 필요한 관련법 개정에 대한 노사 합의가 진행 중이며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단 얘기가 있어 위원들이 공감했다. 유럽연합(EU) 쪽이 요구한 시한인 4월 초까지 노력을 촉구하며 기다려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유럽연합은 다음 달 9일까지 한국의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가시적인 성과물이 나오지 않을 경우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의 분쟁 해결 절차의 다음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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