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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11 11:22 수정 : 2019.03.11 13:26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철수 위원장(가운데)을 비롯한 위원들이 회의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탄력근로제 합의 주도한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 비판 성명
“교수님께서 주도하신 이번 합의는 과로사 합법화 개악이다”
이 교수 “11시간 의무휴식 도입까지 합치면 예전 주장 그대로”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철수 위원장(가운데)을 비롯한 위원들이 회의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의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를 “과로사 합법화 개악”이라고 규정하고 이 합의를 주도한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서울대 학부·대학원·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 및 졸업생 138인 일동은 11일 ‘노동자를 과로사로 내모는 것이 노동법 학자의 역할입니까?-탄력근로제 합의를 주도한 이철수 교수님께 묻습니다’라는 공개 비판 성명서를 냈다.

이 교수는 진보성향의 노동법 학자로 탄력근로제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한시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지난달 19일 현행 최장 3개월인 탄력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6개월까지 확대하는 노사정 합의안을 발표했다.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비판 여론을 고려해 합의안에는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최대 6개월로 하되 3개월을 초과하는 경우 근로일 사이에 휴식권 보장을 위해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하는 조항이 들어갔다.

서울대 학생들은 성명서에서 “교수님께서 어떤 권력을 좇고 계시기에 손바닥 뒤집듯 스스로의 주장을 뒤집는 것인지, 학자로서의 양심은 어디로 갔는지 여쭙고 싶은 심정”이라며 “교수님께서 주도하신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가 현실화되면, 사용자는 현행법의 주 52시간제와 관계없이 최대 주 64시간까지 마음대로 노동 시간을 늘릴 수 있게 된다. 근로기준법이 누더기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교수님께서 자랑스럽게 주도하신 이번 합의를 저희는 감히 ‘과로사 합법화 개악’이라고 평하겠다”며 “고용노동부는 ‘12주간 평균 60시간 노동'을 만성 과로로 인한 산업재해 인정기준으로 고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경사노위 합의에 따르면 24주간 연속 주 64시간 일을 시켜도 ‘합법’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서울대 공동체는 지난 2016년, 동문인 고 이한빛 PD를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로 떠나보내야 했다. 유가족은 방송계의 관행인 장시간 노동과 괴롭힘을 사망의 원인으로 꼽으며 사측의 사과를 요구했고, 서울대 학생들은 함께 추모제를 열어 연대했다”며 “이런 아픈 기억을 채 극복하기도 전에, 교수님께서 노동자들을 더욱 극심한 과로와 임금 삭감으로 몰아넣는 결정을 주도하고 계시다니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합의안이 나온 당시 민주노총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뿐만 아니라 노동시간 확정을 노동일이 아닌 주별로 확장하는 등 노동시간 유연성을 대폭 늘린 명백한 개악”이라며 “그나마 주별 노동시간도 사용자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게 돼, 노동자가 쥐고 있어야 할 노동시간 주도권을 사용자에게 넘겨주는 어이없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 교수는 19년 전 이화여대 법학논집에 낸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비교법적 관점에서-’라는 논문에서 탄력근로제를 비판했다. 그는 논문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현행 외에 3개월~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확대하는 문제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라며 “그리하여야 할 분명한 논거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6개월의 허용만으로도 계절적 사업 등에 있어서는 사실상 1년 단위를 허용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바 근로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그는 “(탄력근로제의) 인정폭을 확대하는 경우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가져올 수 있는 근로자의 건강한 삶에 대한 보호책으로서 총 근로시간 규제 및 연속적인 장시간 근로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 교수가 논문에서 예로 든 프랑스는 1982년 탄력근로제를 도입했으나, 주 평균 38내지 37.5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도록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전제를 달았다. 프랑스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서도 연간 1600시간 이내로 노동시간 한도를 추가하면서 특정 일은 10시간, 특정 주는 48시간 노동시간이 넘지 않아야 한다는 한계도 설정했다.

이철수 교수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주 52시간 노동이 도입되면서) 탄력근로 시간제 도입을 입법부에서 요구했다. 그 상황에서 내가 탄력근로제를 늘리는데 좀 관여를 했다”며 “경영계는 1년으로 탄력근로시간제를 늘리려 했으나, 나는 그 기간을 6개월로 줄이고 대신 건강권 보호와 임금보전 문제를 위해서 일별 근로 시간을 제한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면서 11시간 의무휴식이 실험적으로 도입됐다. 하루에 11시간 쉬어야 하니, 산술상 13시간 이상 근로를 못하게 된다. 휴게시간 1시간 이상이 있으니, 아무리 일해도 하루 12시간 이상 일 못한다. 예전 내 주장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노동자가 하루에 11시간을 쉬어도 주 60시간 이상 일하게 된다는 질문에 이 교수는 “그때는 대표 노동조합과 서면합의가 있어야 하고, 개별적 근로자들 합의도 있어야 한다. 연장근로 합의에 대한 장치가 이중, 삼중으로 있다”라고 밝혔다.

탄력근로제는 일정 기간 동안 일이 몰린 주의 노동시간을 늘리고 다른 주의 시간을 줄여 평균을 주 52시간 일하기로 되어있는 법정한도 내 노동시간까지 맞추는 제도다. 탄력근로제를 적용할 수 있는 단위기간은 3개월까지인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이를 최대 6개월까지 확대하기로 합의됐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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