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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26 20:04 수정 : 2019.02.26 20:59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철수 위원장(가운데)을 비롯한 위원들이 회의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뉴스AS] 탄력근로제 합의 ‘구멍’
3개월 초과 땐 11시간 연속휴식
임금손실 막는 방안 제출 의무 등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 땐 면제
선출 규정 없어 사쪽 개입 우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철수 위원장(가운데)을 비롯한 위원들이 회의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노사정 합의로 발표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합의문을 보면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라는 표현이 수차례 나온다. 얼핏 노동자 의견이 반영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합의’로 보호조치들이 무력화될 수 있어 숨겨진 논란거리로 보인다. 국내 노동조합 조직률이 10%에 그쳐 90%에 이르는 노조 없는 사업장은 근로자 대표 선출 과정에서 사쪽 개입을 막기 어려운 탓이다.

경사노위 안에서 근로자 대표는 ‘서면합의’로 노동자 건강권과 임금보전을 위한 보완책을 ‘예외’로 만들 힘을 가지게 됐다. 탄력근로제 오·남용을 막기 위해 이번 합의는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때 노동자에게 ‘근무일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보장하기로 했는데,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를 하면 사용자는 이 의무를 피할 수 있다. 탄력근로제 시행 시 우려되는 임금손실을 막기 위해 사용자는 임금보전 방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 역시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만 한다면 제출 의무가 면제된다.

사용자가 주 단위 노동시간을 사전에 정하고 2주 전에 하루 단위 노동시간을 노동자에게 알리는 것에서 일부를 주간 단위로 알리도록 도입 요건을 완화했는데, 이번 합의로 근로자 대표와 ‘협의’만 하면 노동시간도 바꿀 수 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탄력근로제는 예측 가능하게 노동시간을 바꾸는 제도로 (일정) 사전고지가 필수다. 사용자 재량으로 노동시간을 바꾸면 (노동자는) 언제 야근할지 조기퇴근할지 몰라 노동시간 불규칙성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근로자 대표의 대표성이다. 근로자 대표는 다수에 의해 선출된 노조 대표 같은 권한을 가지게 되지만,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임의성이 크다. 지난 25일 경사노위 앞 기자회견에서 박성우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회장은 “현재 근로자 대표 선출에 대한 규정이 없어서 노조가 없는 곳은 사장이 임명한 사람이 근로자 대표가 되는 일도 생긴다. 근로자 대표를 앞세운 보완장치로는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 근로자 대표에게 탄력근로제 확대의 실효성을 좌우할 권한이 주어진 것이다.

실제 현행 근로기준법은 과반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노동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가 근로자 대표가 된다고 정할 뿐 구체적인 선출 방식과 자격을 정하고 있지 않다. 설령 사용자가 마음대로 근로자 대표를 지명해도 노동조합이 없으면 문제를 제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국회가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 논의에서 근로자대표제의 문제점도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노동조합 없는 사업장의 근로자 대표 선정에 대한 규정이 현행법에 명확하지 않아서 중소사업장에서는 악용 소지가 큰데도 이번 탄력근로제 합의는 근로자대표제에 많은 힘을 실어줬다. 이 기회에 근로자대표제의 명확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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