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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5 21:44 수정 : 2020.01.16 02:41

지난 9일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데이터 3법’ 처리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이터 3법은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연합뉴스

정부, 바이오헬스 규제개선안 의결
가명 처리된 건강정보 오남용 우려

가명정보 사전에 반대할 방안 없고
보완책으로 나온 ‘옵트아웃제’도
가명처리된 정보가 누구 것인지
재식별 금지돼 있어 유명무실할 듯

지난 9일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데이터 3법’ 처리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이터 3법은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연합뉴스

이른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국회 통과에 따라,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위한 의료 데이터 활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진료정보 등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큰 만큼 당사자가 거부 의사를 밝히면 활용을 중지하는 ‘옵트아웃제’ 등을 포함한 보완 조처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보건의료단체 쪽에선 좀 더 확실한 별도의 보호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15일 정부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혁신성장전략회의를 열어,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가 산업·연구 현장에서 청취한 의견을 기반으로 마련한 ‘바이오헬스 핵심규제 개선방안’을 의결했다. 고성장이 예고되는 바이오산업을 미래 한국 경제의 먹거리로 만들기 위해 규제를 풀어 산업 육성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이날 추진하기로 한 규제 완화 방안에 따라, 정부는 의료 데이터 활용을 본격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복지부는 올해 하반기 개정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시기에 맞춰, 가명처리 절차 및 필요한 보안조치, 가명정보 제3자 제공 시 절차 및 거버넌스 등을 포함한 의료 데이터 활용 지침(가이드라인)을 수립하기로 했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질병관리본부·국립암센터 등 4대 공공기관 데이터를 모아 지난해 개소한 공공의료 빅데이터센터나 인공지능 신약개발센터, 데이터 중심병원 활용지원센터(올해 설립 예정), 피부·유전체 분석센터(2021년) 등을 통해 데이터 활용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더불어 환자 맞춤형 신약 개발을 위해 희망자를 대상으로 최대 100만명의 유전체 정보, 의료이용 및 건강 정보를 수집하는 바이오 빅데이터센터 설립도 추진 중이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정보는 연결해야 가치가 올라가므로 각각의 데이터 센터 간 연계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희귀난치질환 치료제·혁신적 의료기기 개발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료데이터는 환자가 병원 진료 및 치료 과정에서 생성되는 의료정보, 병원·연구기관 등에서 별도로 확보하는 유전정보(DNA 등 가계나 개인의 특정화할 수 있는 정보), 생활습관이나 키·몸무게 신체 계측 등의 정보가 포함된다. 복지부는 개인식별이 가능한 유전체 정보를 수집할 경우에는 개인으로부터 동의를 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그 외 의료 데이터에 대해선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가명처리를 할 경우 개인 동의 없이 기업이 상업적 목적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정 데이터가 누구의 것인지 알아낼 가능성을 낮추는 ‘가명처리’를 어느 정도까지 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당장은 식별 가능성이 낮더라도 미래 기술 발달 및 데이터양 증폭에 따라 해당 정보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러나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에는 자신의 정보가 가명처리돼 다른 데이터와 합쳐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경우 이러한 권리를 개인이 행사할 방안이 제시돼 있지 않다.

무엇보다 환자 진료와 관련된 건강정보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개정 전 개인정보보호법에선 건강·성생활을 비롯해 사상, 신념, 노동조합 및 정당의 가입과 탈퇴, 정치적 견해 등을 ‘민감정보’로 분류하고, 이런 정보 이용에 대해서는 별도로 동의를 받도록 해놓았으나 개정 법에 따라 민감정보 역시 가명처리를 할 경우 개인 동의 없이 통신·금융 등 민간 기업이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다만 정부는 옵트아웃제 등을 통해 우려되는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이용한 뒤 당사자가 거부 의사를 밝히면 활용을 중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임인택 국장은 “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가명처리를 통해 진료정보 등이 활용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상윤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책임 연구위원은 “가명처리된 정보가 누구의 것인지 재식별화하는 것을 법으로 엄격히 금지해 놓고서, (가명처리 이후 권리 행사를 보장한다는) 옵트아웃제 시행은 유명무실할 것”이라며 “민감정보에 대해선 별도의 보호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데이터 3법 국회 통과에 따라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에서 개인정보보호 컨트롤타워로 역할이 강화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구성되기도 전에 각 부처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건 법 해석 논란을 가중시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보라미 변호사(법무법인 디케)는 “개인정보 활용을 정부가 자의적으로 하지 않기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통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독립적 사무를 하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강화했는데, 부처별로 지침을 마련할 경우 관할 업계의 요구 사항만 반영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이날 데이터 3법 관련 성명을 내어, “정보인권에 대한 보호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채 법률 개정이 이뤄진 데 대해서 우려를 표한다”며 “하위법령 개정 작업에서 가명정보 활용 범위 등에 대한 구체적인 보완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현정 노현웅 강재구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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