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23 12:06
수정 : 2019.10.24 02:02
미국선 약 1500명 폐질환, 33명 사망
국내서도 폐질환 의심 사례 나와
‘사용 자제’에서 권고 수위 높여
“청소년·호흡기 환자 절대 안돼”
유해성 분석 새달까지 끝내기로
신종담배 폐해 막을 규제도 추진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정부의 경고가 지난달 ‘사용 자제’에서 ‘사용 중단’을 강력히 권고하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는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운 뒤 중증 폐질환에 걸리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는데다, 국내에서도 지난 2일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뒤 폐질환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신고됐기 때문이다. 3년 전 액상형 전자담배가 출시된 미국에서는 지난 15일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중증 폐질환자는 1479명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33명이 숨졌다.
보건복지부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성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 사용을 중단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을 23일 발표했다. 이를 보면 특히 아동 및 청소년과 임산부,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등은 호흡기 질환에 더 잘 걸릴 수 있는 만큼 액상형 전자담배를 절대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국내에서 나타난 폐질환 의심 사례도 30대로 조사됐으며, 미국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중증 폐질환 10건 가운데 8건은 35살 미만에서 발생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중증 폐손상 및 사망 사례가 다수 발생한 심각한 상황으로, 액상형 전자담배와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명되기 전까지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및 폐손상과의 관련성을 신속하게 조사하기로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호흡기 전문의 등과 함께 민관 합동 조사팀을 구성해 응급실이나 호흡기내과를 찾은 환자 가운데 중증 폐손상자 사례 조사를 해 추가 의심 사례를 확보하고, 임상약학 조사 연구를 통해 연관성을 밝힐 예정이다. 인체 유해성 연구 결과는 내년 상반기 안에 결과를 발표한다. 아울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의 회수 및 판매금지 등을 위한 과학적 근거 마련을 위해 액상형 전자담배에 든 유해성분 분석을 11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운 뒤 중증 폐질환이 나타난 사례 10명 가운데 8명가량은 대마에서 추출해 환각을 일으키는 주성분이 들어 있는 전자담배를 사용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6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고한 바 있으며, 사전판매허가를 받지 않은 가향(담배 향 제외) 액상형 전자담배의 판매를 금지했다.
또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같은 신종 담배의 폐해를 막기 위해 담배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현재는 담배를 담뱃잎을 원료로 한 제품으로 한정했지만, 최근 담배의 줄기나 뿌리에서 니코틴 등을 추출하는 제품이 유통되고 있어 앞으로는 담배의 줄기·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 등을 모두 포함할 방침이다. 또 액상형 전자담배처럼 향을 내는 물질을 넣다가 부작용이 생기는 문제를 막기 위해 담배 제조 및 수입자가 담배와 담배 연기에 포함된 성분, 첨가물 등에 대한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하지만 담배 성분 공개 의무화나 담배의 정의 확대, 가향 물질 첨가 금지 등을 담은 법안은 현재 모두 국회에 계류된 점이 이번 대책의 한계로 지적된다.
관련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성분이 공개돼 있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서홍관(국립암센터 교수)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액상형 전자담배도 기존의 담배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발암물질을 비롯해 가향 물질 등 온갖 성분이 섞여 있어 담배를 피울 때 폐로 들어와 폐질환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