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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13 19:05 수정 : 2019.03.13 23:31

치과 개원의 김동오 원장은 “진짜 잘 생긴 사람은 사랑니가 다 있다”며 사랑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대 치의학은 충치를 가만두지 않아 사랑니에 작은 점이라도 있으면 뽑으라고 하죠. 하지만 어금니가 많을수록 개별 어금니가 받는 저작력은 줄어 치아 건강에 도움을 주죠. 기둥이 16개일 때보다 20개일 때 건물이 더 튼튼하죠. 사랑니가 바르게 나왔다면 양치질을 잘해서 최대한 보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사진 강성만 선임기자

[짬] 치과 개원의 김동오 원장

치과 개원의 김동오 원장은 “진짜 잘 생긴 사람은 사랑니가 다 있다”며 사랑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대 치의학은 충치를 가만두지 않아 사랑니에 작은 점이라도 있으면 뽑으라고 하죠. 하지만 어금니가 많을수록 개별 어금니가 받는 저작력은 줄어 치아 건강에 도움을 주죠. 기둥이 16개일 때보다 20개일 때 건물이 더 튼튼하죠. 사랑니가 바르게 나왔다면 양치질을 잘해서 최대한 보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사진 강성만 선임기자
“동료 치과 의사들한테는 책을 보내지 않았어요. 욕만 먹을 것 같아서요.” 치과 개원의 김동오 원장은 최근 <치과의사도 모르는 진짜 치과 이야기>(에디터)를 펴냈다. 책엔 치과 의사들의 추천 글이 없다. “친분 있는 치과 의사분들한테 부탁했는데 다 거절하셨죠. ‘치과 의사가 이렇게 부도덕한 집단이 아니다. 왜 이런 책을 내느냐’고 하신 분도 있었죠.”

책의 밑감은 그가 2009년부터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들이다. “불필요한 치과 치료로 치아가 망가진, 의미 있는 사례를 하루에 하나씩 올렸어요. 치과를 다니는 이들이 줄어들기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죠.” 지난 8일 그가 운영하는 서울 신촌역 근처 치과에서 저자를 만났다.

김동오 원장의 책 <치과의사도 모르는 진짜 치과 이야기> 표지
책은 이른바 ‘치과 과잉치료’를 짚고 있다. “충치 치료 뒤 문제가 생겨 치과에 오는 환자가 치료를 받지 않아서 문제가 생긴 환자보다 더 많아요. 치아를 뽑는 발치 교정 뒤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도 일주일에 한 분 정도는 오죠.” 충치는 진행도 느리고 치료를 해도 다시 썩기 쉬워 심해질 때까지 기다려도 되는 데 덥석 치료를 하면서 오히려 치아에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치아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교합 접촉점이 변하면 턱관절 통증까지 생기죠.” 충치 치료 뒤 고가인 금을 치아 충전물로 쓰는 사례도 많다. “금은 치아에 균열을 일으키거나 부러뜨릴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신경치료를 받아야 하고 심하면 치아를 뽑아야 하죠. 금은 비싸고 다른 재료에 비해 다루기 쉬워 치과에서 선호하는 편이죠. 환자도 그렇고요.”

그는 미용을 위해 치아를 뽑는 행위를 두고 ‘장기 적출’이란 표현을 썼다. “발치 교정이나 양악 수술 뒤 턱관절 문제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요. 치의학 관련 학회에선 발치 교정이나 양악 수술이 턱관절 후유증과 관련이 없다고 해요. 환자 탓으로 돌리죠. 저는 생각이 달라요.” 말을 이었다. “현대인은 공통으로 턱이 작아요. 진화의 결과죠. 이렇게 두개골 변형이 이뤄진 상태에서 치아를 뽑아 입을 뒤로 밀면 위턱과 아래턱이 더 눌리죠. 그 결과 턱관절의 뒤틀림이 심해지고 통증도 일으켜요. 기도가 좁아져 숨쉬기도 불편해지죠.”

그가 보기에 건강한 치아는 “외형적으로 위턱과 아래턱이 큼직하고 최대한 많은 치아가 가지런히 배열된 상태”다. 하지만 현대 치의학은 사랑니는 뽑아내고 충치는 빨리 때우는 것을 목표로 한단다. “턱은 작게 하고 입은 들어가게 해서 자꾸 치아와 턱을 훼손하고 있어요. 치아에 영향을 미치는 식생활이나 작은 턱을 키우는 데는 관심이 없죠.”

그는 “어려서부터 치과를 다니며 꼼꼼한 치료를 한 이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치과를 자주 다니는 것 같다”며 이런 말을 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20대부터 발치 교정을 해 치아 24~26개로 살아가죠. 발치로 치아 교합에 문제가 생겨 충치나 잇몸병이 생기고 그 결과 30대부터 임플란트를 합니다.”

2009년부터 인터넷 연재한 글 펴내
‘치과의사도 모르는 진짜 치과…’
“과잉진료 피해 환자 줄어들기 바라”

충치 치료·발치 등 부작용 더 많아
그 자신 20대 교정치료 후유증 겪어
“의사 양심 탓 아닌 현대 의학 문제”

그는 “일본은 1988년부터 ‘8020운동’ 즉 80살까지 치아 20개를 유지하자는 운동을 했다”며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 80대까지 치아 32개를 다 유지하는 것도 가능해 지금이라도 8028이나 8032운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연구는 공통으로 치아가 많아야 잘 씹을 수 있고 몸이 건강하다는 걸 보여 줍니다.”

그렇다고 과잉치료를 의사의 양심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고 했다. “지식의 문제이죠.” 왜? “현대 치의학의 체계 자체가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치아를 다룹니다. 인체, 인생과 유기적으로 연관 지어 바라보지 못해 의미가 없거나 유해한 진료를 하는 거죠.” 말을 이었다. “진화나 인종, 영양, 노화 등이 치아에 영향을 줘요. 그런데 치대에선 이런 것을 배우지 않아요. 꼼꼼하게 치료하는 방법만 배우죠. 진화를 통해 얼굴이 길고 갸름해졌어요. 턱도 작아졌죠. 그 결과 치아는 삐뚤어지고 교합도 안 맞아요. 이런 변화는 충치나 잇몸질환, 턱관절 문제에도 영향을 미쳐요. 우리도 1970년대 이후 출생자들 치아가 이전 세대보다 배열이 불규칙해요. 좋은 진화가 아니라 퇴행이죠. 의사가 이런 퇴행을 막아 치아를 고르게 하고 잘 씹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오히려 퇴행을 가속하는 치료를 하고 있죠.”

그는 2005년부터 치과 개업의로 살고 있다. 요즘 환자는 하루 10명 미만이란다. “처음 개원했을 때는 다른 치과와 비슷했어요. 직원도 2~3명 썼죠. 그런데 제 방식대로 하니 운영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규모를 줄여 옮겼어요.”

그의 선택엔 남다른 사연이 있다. “저 자신이 과잉치료의 피해자예요. 공중보건의를 하던 20대 후반에 치아 교정을 받았어요. 치아 배열이 좋지 않았거든요. 유명한 치과들을 찾아다녔는데 상태가 더 나빠졌죠. 그때 치아를 너무 갈아 지금도 통증을 느낍니다. 그 뒤로 제가 직접 해결하려고 여러 문헌을 찾아 공부하다 치대에선 가르치지 않는 다른 관점의 치의학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지식’이 근본 원인이라면 개선의 여지는 있을까? 당장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단다. “치과 의사들은 1년에 의무적으로 약 16시간가량 연수를 받아요. 그런데 연수 내용을 보면 대개 발치 교정을 해서 환자가 예뻐진 사례만 보여 주죠. 부작용은 안 보여줘요. 환자들을 만족시켜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부작용을 극복한 대안적 치료는 교육 비용도 비싸서 개설하더라도 인기가 없죠.” 덧붙였다. “의료경쟁시대에 환자는 스스로 공부하면서 자신의 몸을 관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각종 의료사고 등 의원성 손상을 피할 수 없어요.”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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