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10 20:55
수정 : 2018.10.1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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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의료본부·참여연대 등의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개인의료정보의 상업화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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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료정보 규제완화 움직임에
시민단체들 국민서명 운동 나서
보건·산자부, 빅데이터 플랫폼 추진
대형병원들도 공유네트워크 만들기
복지장관 “민간데이터와 연계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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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의료본부·참여연대 등의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개인의료정보의 상업화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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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분만은 몇 번 하셨나요?”, “자연 또는 인공유산했던 경험이 있다면 몇 번이죠?” 산부인과 진료 시 의사들이 흔히 묻는 말이다. 분만을 할 때는 환자의 임신·분만·유산·출산 횟수 등을 보여주는 ‘산과력’이 기호로 표시된다. 이런 정보가 데이터화되어 병원들 사이에서 공유된다면, 나아가 보험사·제약사로 흘러간다면 어떻게 될까?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성폭력 피해자나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의 진료기록 등이 상업화되면 여성들이 각종 의료혜택에서 배제 당하고 사회적으로 낙인 찍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신질환 치료정보, 가족력이나 유전병 등 민감한 의료정보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개인의 의료정보를 둘러싼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10일 무상의료운동본부·참여연대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인 의료정보 상업화에 반대하는 ‘내 건강정보 팔지마!’ 범국민서명운동(
http://noselldata.jinbo.net/)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정보 빅데이터 사업은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으로 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정보, 질병관리본부의 유전체 정보 등 공공기관 4곳의 데이터를 결합해 ‘취약계층 건강관리’ 등에 사용하겠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시작한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이 있다. 삼성의료재단 등 대형병원 39곳이 보유한 5천만명의 의료 데이터를 표준화해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세 번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마이데이터’ 사업인데, 개인이 자신의 건강검진 자료 등을 내려받아 건강관리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에 제공하도록 할 계획이다. 앱을 운영하는 보험사·통신사 등에 개인 의료정보가 축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과기부는 건보공단이 보유한 개인 진료기록 제3자 제공 등을 요구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한겨레 ‘개인 진료·건강정보, 보험사에 ‘빗장 풀기’ 논란’ 참조) 여기에 카카오-서울아산병원, 네이버-분당서울대병원의 협업 등 의료 빅데이터 사업도 시장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사업은 이날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복지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의료 데이터 사업과 산자부 주도로 진행 중인 민간병원 의료 데이터 표준화 모델을 향후 연계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복지부가 건보공단 등 공공기관 4곳의 의료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사업을 추진 중인데, 이것이 39개 병원이 구축 중인 빅데이터 플랫폼과 결합해 상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산자부 사업에 대해서는 복지부도 개인 식별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개인 의료정보를 민간 데이터와 연계하지 않겠다”며 “(보험사에 제공할 우려가 있는) 과기부의 의료정보 요청도 검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의료 데이터는 개인의 가장 민감한 정보를 담고 있어 자료가 아니라 ‘한 사람’ 그 자체”라며 개인 의료정보에 대한 규제완화가 아니라 자기 결정권과 통제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주민등록번호가 존재하는 데다 개인정보 유출이 자주 발생해 아무리 ‘가명 정보’로 처리해도 의료정보에서 개인을 식별해낼 위험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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