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29 21:37
수정 : 2018.08.2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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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배아 줄기세포 관련 연구 등에 대한 규제를 푸는 내용의 생명윤리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규제완화에 따른 생명윤리 훼손 논란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중국의 한 줄기세포 연구소 실험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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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유전자 치료 연구대상 제한 없애고
줄기세포 연구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
생명윤리위 29일 회의에서 안건심의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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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배아 줄기세포 관련 연구 등에 대한 규제를 푸는 내용의 생명윤리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규제완화에 따른 생명윤리 훼손 논란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중국의 한 줄기세포 연구소 실험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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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인간 배아’와 ‘유전자 치료’ 연구에 대한 규제를 푸는 내용의 생명윤리법 개정안을 내놨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민간위원들이 “더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안건 심의를 보류시키긴 했으나, 규제 완화에 따른 생명윤리 훼손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소속 5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위원장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는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팰리스강남 호텔에서 1차 정기회의를 열어, 유전자 치료 연구, 소비자가 비의료기관에 직접 의뢰하는 유전자 검사, ‘잔여 배아’ 이용 연구 등 3가지 제도 개선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제도 개선안에는 생명윤리법의 관련 제한규정을 삭제하거나 연구 허용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위원회는 국가 생명윤리와 안전에 관한 정책을 심의하는 최고기구로,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정부위원 6명과 과학계·생명윤리계 등을 대표하는 민간위원 14명이 참여하고 있다.
가장 민감한 사안은 배아 연구다. 생명윤리법에는 보존기간이 지난 ‘잔여 배아’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수립하는 연구의 경우, 다발경화증 등 22종의 희귀난치병 치료를 위한 목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에 배아를 활용한 연구는 엄격하게 제한되어 왔다. 이번에 정부는 연구 목적을 분명히 한다면 질환 허용범위를 넓히자고 제안했다.
유전자 치료 역시 암이나 유전질환 등 중증질환 치료를 위한 연구에 한해서만 허용되는데, 아예 질환 제한 조항을 삭제하자는 안도 나왔다. 유전자 치료란, 병을 치료하는 유전자 정보를 담은 디앤에이(DNA)를 바이러스에 주입한 뒤 이를 다시 몸 안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유전자에서 질병을 유발하는 디앤에이만 잘라내는 ‘유전자 가위’ 등 첨단기술 연구 성과가 나오면서 과학계와 관련 산업분야에서는 생명윤리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부는 혈압, 탈모 등 12개로 제한된 비의료기관의 유전자 검사 허용 항목을 피부미용, 다이어트 등 ‘웰니스’ 분야 전반으로 확대하는 개선안도 내놨다. 대신 정부는 유전자 검사기관에 대한 인증제를 도입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3월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생명윤리 민관협의체’를 꾸린 데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그해 12월 2기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생명윤리법 개정 여부를 논의해왔다. 복지부는 같은해 11월,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한 ‘규제혁파를 위한 현장대화’에서 배아줄기세포와 유전자 치료 연구를 규제혁파 추진방안에 포함하기도 했다.
정책심의위원회의 한 민간위원은 “유전자 치료나 배아 연구는 사회적으로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한 민감한 사안인데 민관협의체에서도 의견을 확정하지 않은 사안을 정부가 이렇게 졸속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민간위원들과의 재논의를 거쳐 다시 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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