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29 09:41
수정 : 2018.05.29 09:41
내가신장
무술 입문 단계에서 먼저 맞닥뜨리게 되는 게 자세버티기다. 근력을 강화시키고 고통을 이겨내면서 깊숙한 힘의 원천과 조우하도록 유도한다. 때로는 통과의례로 배우는 사람의 심지를 확인해보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산중무예 기천에서는 ‘내가신장’이라는 자세버티기 훈련을 통해 심신을 단련한다. 두 발과 두 손을 합한 네 관문으로 기운을 보내는 동작이다. 발바닥으로부터 몸통을 거쳐 두 손바닥으로 이어지는 힘의 경로를 인식시켜 자칫 흐물흐물해지기 쉬운 유려한 동작에 골조를 심어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먼저 지면과 닿아 있는 발바닥의 두 관문부터 제 위치에 놓아보자. 두 발의 간격을 어깨너비보다 약간 넓게 하고 발장심(용천혈)을 축으로 발뒤꿈치를 바깥쪽으로 45도가량 벌려 디뎌 안짱이 되게 한다. 두 무릎 사이에 주먹 한 개 반이 들어갈 정도로 좁힌다. 뒤꿈치를 종이 한 장 정도 띄우고(체중을 싣지 말라는 의미) 의식을 발장심에 집중한다. 자세가 안착된 다음 마지막으로 허벅지 안쪽을 가볍게 조여준다.
다음으로 손바닥 두 관문의 위치다. 손목을 손등 쪽으로 꺾어 손바닥이 앞을 바라보게 만든 다음 손끝이 몸 중심선을 향하도록 팔을 안쪽으로 튼다. 팔뚝에 기분 좋은 비틀림 자극이 느껴진다. 그런 다음 두 손의 장심이 세로로 일직선상에 놓이게끔 두 손을 위아래로 쌓아올린다. 윗손이 턱보다 약간 아래에 오도록 높이를 맞추고 가슴으로부터 적정 간격을 띄우는데, 팔꿈치를 완전히 펴지 않아 위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둥글게 원을 이루도록 한다.
이제 손과 발, 두 지점을 연결할 차례다. 약간의 움직임을 부여하면서 고정된 자세버티기로 넘어간다. 구부렸던 무릎을 펴고 자세를 일으켜 세우면서 두 손을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겨드랑이 옆에 가까이 댄다. 견갑이 붙고 가슴이 열린다. 다시 자세를 낮추면서 손바닥으로 앞쪽을 향해 밀어내는데 하체에서 압축된 힘이 몸속의 관을 통해 손바닥으로 뿜어져 나간다는 상상을 한다. 오금질을 한번 할 때마다 위아래 손 위치를 바꾸어준다. 고정자세로 오래버티기를 하고자 할 때는 손바닥으로 바깥쪽을 향해 밀어내다가 손등 쪽으로 살짝 당겨서 멈춘 상태에서 시작한다. 어디까지나 이 수련의 목적은 몸 전체를 관통하는 기운의 일체감을 확인하는 것이므로 꼭 오랜 시간을 버티는 것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눈은 감지 않는다.
버티기를 하다가 기운이 정체되는 느낌이 들면 손을 약간 상향으로 올려서 바퀴를 굴리듯 한 손은 앞으로 밀고 반대 손은 손등으로 당기는 움직임을 부여한다. 오른손으로 밀 때 오른발장심에 힘이 걸리고 왼손이 앞으로 나갈 때 왼발장심이 반응하면서 마치 걸음을 걷는 듯한 느낌이 난다. 손을 굴릴 때 속으로 ‘한 구령에 3번’으로 셈한다. 그러면 끝나는 손이 교대로 등장하면서 흐름이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정신은 몸짓으로 구체화되고 어느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그 안에 담긴 정신의 내음을 맡을 수 있다. 단절의 위기를 극복하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기천의 동작에는 바위에 핀 돌꽃처럼 의연한 기상이 서려 있다. 이제 새로운 길을 가려는 이 민족에게 그 정신 필요하지 않을까!
글·사진 육장근(전통무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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