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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5 19:31 수정 : 2019.11.06 02:06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 자락에 자리한 행주교회의 새 예배당 전면. 38년만에 예배당을 개축해 헌정한 이종길 장로가 지난달 24일 직접 설계하고 시공한 건물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김경애 기자

행주산성 행주교회 ‘헌당’ 이종길 장로
1890년 10월 언더우드 선교사가 세워

벽돌건물 낡아 38년만에 네번째 개축
“자폐아들 비롯 장애인들 안식처 되길”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 자락에 자리한 행주교회의 새 예배당 전면. 38년만에 예배당을 개축해 헌정한 이종길 장로가 지난달 24일 직접 설계하고 시공한 건물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김경애 기자

“쉰살 넘어 기적처럼 얻은 아들에게 선천적 발달장애(자폐) 진단이 나왔을 때 물론 처음엔 눈앞이 캄캄했었지요. 초등학교에 보내려고 보니 고민이 더 커졌어요. 그래서 10여년 전 장애아 교육 프로그램이 잘 갖춰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건너갔어요. 그런데 올해 스무살로 다 자란 아들이 한국의 고향 동네와 교회를 더 좋아해요. 한번씩 오면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네요.”

지난달 24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 마을에서 만난 이종길(70) 장로는 지역 최초이자 130년된 행주교회의 예배당을 직접 지어 헌정한 이유를 묻자 아들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행주교회(담임 정건화 목사)는 연세대와 세브란스병원 설립자로 유명한 영국계 미국 선교사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한국이름 원두우)가 1890년 10월19일 세웠다. 1887년장로교 교회인 정동교회(현재 새문안교회), 1900년도초 양평동교회 등과 더불어 언더우드가 세운 4곳의 초기 모교회 가운데 하나로 유서가 깊다. 초기의 초가 건물이 낡아 목조 한옥으로, 다시 1981년 붉은 벽돌과 함석 건물로 바뀌었다가 38년만인 올해 네번째 개축된 것이다.

지난 9월 예배당 헌당식에는 언더우드 선교사의 4대손인 원한석(피터 알렉산더 언더우드) 연세대 이사도 참석해 “130년 뒤에도 여러분의 후손들이 이 자리에서 축사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축복을 해주었다.

지난 9월 행주교회 개축 예배당 헌당식에서 이종길(맨오른쪽) 장로 가족과 교회 최초 설립자 언더우드 선교사의 4대손 원한석(맨 가운데) 이사가 함께 했다. 사진 행주교회 제공

“20여년 전 늦깍이 결혼과 함께 서울에서 이 마을로 이사를 와서 교회와 인연을 맺었어요. 특히 건축업을 한 까닭에 100년 넘도록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이겨내며 한국교회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예배당에 애착을 느꼈지요. 더구나 내부가 너무 낡아 누전이나 누수 사고 위험이 컸어요. 늘 안타깝고 불안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3년 전 교회의 요청으로 부속 생활관 신축공사를 맡은 그는 예배당 상태가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하지만 고령화 등으로 교인들이 계속 줄어들면서 교회의 재정 형편도 여의치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들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다니는 교회를 가보고 결심을 했어요. 지체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과 휴식공간은 물론이고 장애아마다 일대일 돌보미들이 있어서 다른 가족들이 예배에 전념할 수 있게 배려해 주거든요. 아들이 귀국해 우리 교회를 다닐 때를 생각하니, 안전하고 편안한 예배당을 내 손으로 지어 헌정하면 온가족에게 영광이 되겠다 싶었어요.”

지난 1년간 그는 건축위원장으로서 철거부터 새 건물 설계, 공사와 준공까지 날마다 현장을 지켰다. 그 결과 철골구조에 내구성과 경제성이 좋은 우레탄 채색 판넬로 된 독특한 외관의 현대식 교회 건물이 완성됐다.

“공사를 하면서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기도를 하면서 오랫동안 스스로 잊고 있던 ‘하나님과 약속’이 떠올랐어요. 외국어대 무역학과를 나와 1970년대 후반부터 독일계 선박회사에 다니다 과로로 폐결핵·능막염·폐렴까지 얻어 10여 년 투병생활을 해야 했어요. 다행히 90년무렵엔 설악산 비선대에서 암벽타기를 할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고, 건축업도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때 신앙이 깊어져 감사의 기도를 하면서 훗날 경제적 능력이 생기면 교회를 지어 헌당하겠다고 약속을 했던 거지요.”

그는 앞으로 행주교회가 아들과 같은 장애인들에게 편안한 안식처가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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