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6.14 15:43 수정 : 2019.06.14 19:29

장애인 활동가들이 14일 오전 보건복지부 장관 집무실이 있는 서울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에서 도입을 앞둔 장애인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 수정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7월 도입 종합조사표,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축소”

장애인 활동가들이 14일 오전 보건복지부 장관 집무실이 있는 서울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에서 도입을 앞둔 장애인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 수정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장애인 활동가들이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보름 뒤부터 도입되는 장애인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종합조사표)가 되레 장애인들의 활동지원서비스 등을 축소한다고 주장하며 사회보장위원회 점거 농성에 나섰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자협) 소속 장애인과 활동보조인 등 비장애인 20여명은 14일 오전 7시50분께부터 오후 5시까지 9시간 동안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집무실이 있는 국민연금 서울 충정로사옥 15층에 위치한 사회보장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점거 농성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도 이날 오후 2시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종합조사표는 점수조작표”라고 주장하며 규탄대회를 열었다.

장애인 단체들이 점거농성에 들어가고 규탄대회를 연 까닭은 오는 7월1일부터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대신 도입되는 종합조사표 때문이다. 개정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라 활동지원급여와 보조기기 교부, 거주시설 이용, 응급안전 등 4가지 서비스를 지원받을 때 장애인들은 기존의 ‘등급’이 아닌 ‘종합조사’를 거치게 된다. 조사원이 장애인의 복지 욕구, 생활수준, 건강상태 등에 대한 세부항목으로 구성된 종합조사표를 들고 장애인과 상담한 뒤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한자협은 장애인 2520명을 대상으로 종합조사표 기준에 따른 온라인 모의평가를 한 결과, 34.4%(867명)가 현재 받는 활동보조 시간보다 지원 시간이 삭감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한자협 등이 발표한 모의평가 결과를 보면, 장루·요루장애(55.6%), 지체장애(45.6%), 척수장애(44.1%) 순으로 삭감률이 높게 나타났다. 최용기 한자협 회장은 “나 역시 현재 월 431시간의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그 시간도 부족하다. 그런데 종합조사표로 모의평가를 해보니 지금보다 100시간이 더 줄어들더라”라며 “많은 장애인들이 활동보조 시간이 줄어드는 걸 불안해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는 되레 평균 7시간 증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활동가들이 14일 오후 보건복지부 장관 집무실이 있는 서울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 앞에서 도입을 앞둔 장애인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 수정을 요구하며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아울러 종합조사표가 장애인들을 유형별·개인별로 갈라놓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윤민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규탄대회에서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9월 낸 종합조사표 초안과 지난 4월 낸 종합조사표 조정안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뇌병변 장애인에 대한 점수는 줄어들고, 발달 장애인과 시각 장애인의 점수는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서기현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소장은 이를 두고 “장애인은 필요한 만큼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인데 왜 장애인들끼리 싸우게 하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뇌병변 장애인인 최강민 한자협 조직실장은 규탄대회에 참여해 “저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서 낮에는 혼자 있어야 했는데, 혼자 화장실에 갈 수 없어서 부모님이나 형, 동생이 있을 때 대변을 봐야 했다. 시간 맞춰 대변을 볼 수 있는 게 아니니 늘 변비를 달고 살았다”며 “장애인 등급제를 폐지한 취지는 장애인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주라는 얘기였는데, 장애인들에게 골고루 서비스를 줘야한다는 핑계로 정말 필요한 중증장애인들 시간을 오히려 깎아버렸다”고 지적했다.

14일 오전 서울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 기습 점거농성에 들어간 장애인 활동가들이 집무실을 나서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장애인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제공
한편, 박능후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께 집무실에서 나와 점거농성 중인 장애인 활동가들과 마주쳤다. 박 장관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뇌병변 장애가 있는 활동가가 “새 종합조사표를 적용하면 저는 월 200시간씩 활동지원서비스가 줄어든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자 “떨어지는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과 면담을 주선했다. 최용기 한자협 회장은 “장애인정책국장과 면담했는데 여전히 ‘588명 모의평가 결과 활동보조 시간이 늘어났다. 7월에 수정보완된 종합조사표로 다시 조사할 예정’이라고만 말하고, 수정보완 종합조사표 매뉴얼은 공개할 수는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자협과 보건복지부는 △6월 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면담 △보건복지부 정책국장과 추가 협의 자리 마련 △주간활동·의사소통 지원 등 다양한 장애인 지원책 마련 △종합조사표 도입에 따른 점수 하락 사례에 대한 보완책 마련 △종합조사표 제도개선위원회 설치 등을 합의하고, 오후 5시께 점거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선담은 오연서 기자 sun@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