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2.16 18:53
수정 : 2016.02.1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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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난치성 근육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대학 입학·졸업식이 열린 16일 오전 서울 도곡동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강성웅 호흡재활센터 소장( 왼쪽 둘째 )이 한 신입생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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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세브란스병원 희귀근육병 환자 5명에 장학증서·꽃다발
“아빠, 그러면 나 걸을 수 없는 거야?” 안명환(19)군은 10년 전 이맘때 침대에 누운 채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안병찬씨는 애써 밝은 척 “그건 모르는 거야. 나중에 줄기세포 연구가 성공할 수도 있어”라고 말했지만 아들의 마음을 달래줄 수는 없었다. 생후 8개월부터 운동신경원에 이상이 생겨 근육이 위축되는 ‘척수성근위축증’이 발병해 몸을 가누기는커녕 숨쉬는 것조차 힘들었던 안군은 한때 황우석 전 서울대 석좌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에 마음이 들떴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연구 결과가 조작됐다는 소식에 낙심해야 했다. 안군은 여전히 걸을 수 없지만, 다른 꿈이 생겼다. 대학을 나와 충무로에 진출해 멋진 이야기를 스크린에 그려내는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다. 그는 올해 한국방송통신대 문학교양학과에 입학했다.
안군을 비롯해 희귀 근육병을 이기고 대학생이 된 새내기들과 학업을 마친 졸업생들의 특별한 입학·졸업식이 16일 오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열렸다. 이 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치료 받아온 신입생 5명과 졸업생 5명을 위해 마련된 자리다.
팔과 다리는 물론 호흡기 근육까지 위축된 안군은 안구의 움직임을 포착해 입력하는 안구마우스로 공부를 하며 꿈을 키워왔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복지지원 덕분이었다. 아버지 안씨는 “몸에 부착하는 인공호흡기 덕분에 집에 머물며 공부하는 게 가능해졌고, 2000년대 중반 이후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의료보험 확대로 경제적 부담도 덜어졌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던 2004년 마침 장애학생을 위한 ‘순회학급’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매주 두차례 방문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근육이 생성되지 않아 점차 운동능력을 상실하는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김선웅(19)군 역시 2007년 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라 일반학교에 다니며 교육 보조원의 도움을 받아 공부할 수 있었다. 덕분에 성서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에 입학한 그는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되는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강성웅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장은 “호흡재활기술의 발전으로 신경근육질환 환자들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진짜 의료는 생존을 넘어 환자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활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회적 관심이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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