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6.09 20:13
수정 : 2014.06.10 11:08
보조인들 “힘들다”고 기피 많아
“일한 시간보다 더 인정” 요구도
중개료 떼면 한달수입 120만원뿐
대부분 중년 여성이라 힘에 부쳐
“시급 차등화해 해결해야” 지적
복지부 “또다른 차별 우려·부담 증가”
중증 뇌병변 1급 장애 아들을 둔 박아무개(41)씨는 활동보조인을 구하다 어처구니없는 일을 숱하게 겪었다. “만나자마자 일하지 않은 시간까지 일한 것처럼 해달라는 분들이 많아요. 저희가 활동보조인을 구하는 게 아니라 선택당하는 실정이에요.” 박씨의 아들은 거동이 불가능하고 의사표현도 전혀 할 수 없다. 박씨는 활동보조인이 실제보다 하루에 3시간을 더 일한 걸로 처리한다고 했다. 부정수급인 걸 알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박씨는 “같은 돈이라면 힘이 덜 든 일을 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겠죠”라며 쓰게 웃었다.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을 돕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이려고 도입된 활동지원 제도가 중증 장애인과 그 가족을 두번 울리고 있다. 일의 경중과 관계없이 똑같은 시급을 주는 까닭에 활동보조인이 상대적으로 경증 장애인에 몰려서다. 현재 1·2급 장애인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활동보조인 지원은 내년부터 3급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중증 장애인과 그 가족은 이를 반기지 않는다. 자신들이 기피 대상이 될까 우려해서다.
장애인의 ‘갑’이 된 활동보조인도 처지가 딱하긴 마찬가지다. 올해 책정된 평일 활동보조 시급은 지난해와 같은 8550원이다. 여기서 25%의 중개 수수료를 떼고 이들의 주머니엔 시간당 6412원이 들어온다. 한 달에 200시간을 일해도 버는 돈은 120만원 남짓이다.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는 김영이(47·여)씨는 “중증 장애인을 돌보는 게 훨씬 힘든데다 죽음을 목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을 겪고 그만두는 사람도 있는데 같은 시급이라면 누가 중증 장애인 활동보조를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활동보조인의 87%가 여성이고, 절반 남짓이 40대 이상이다. 배정학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위원장은 “50~60대 여성 활동보조인이 중증 장애인을 혼자 돌보는 건 육체적으로 버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이유로 2011년 10월부터 원하는 중증 장애인들은 활동보조인 2명을 한꺼번에 둘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양쪽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장애인마다 한 달에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2명을 동시에 부르면 이용 시간이 절반으로 줄게 되니 반길 리 없다. 활동보조인들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2인 1조’로 활동보조를 하면 힘이 덜 든다는 이유로 복지부가 기본시급의 75%(6412원)만 지급하기 때문이다. 중개 수수료까지 떼면 활동보조인이 받는 시급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떨어진다.
한상균 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장은 9일 “활동보조인들이 중증 장애인을 기피한다고 해서 급여를 차등화하면 장애인들 안에서 또 다른 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며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조한진 대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지금 시스템에서 시급을 높이거나 차등화하면 장애인의 본인부담금이 늘어나게 된다”며 “그보다는 활동보조인의 숙련도나 서비스 내용 등에 따라 시급을 달리하고 추가 부담을 정부가 지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