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2.23 19:17
수정 : 2013.12.23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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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삼성화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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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시각장애인 안내견 사업 20돌
도움받은 이들 성공사례 점점 늘어
“로얄이가 없었으면 전 아마…” 김영신(22·사진 오른쪽 셋째)씨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로얄이’를 분양받은 소감을 말하는 자리였다.
지난 8월 말부터 로얄이와 함께 생활해온 그는 대구대 영어교육학과 3학년생으로 영어교사가 되는 게 꿈이다. 전에는 지팡이(케인)를 짚고 다니던 그는 새해 1월초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가고 싶어 안내견을 분양받았다. “혼자 가서 잘 할 수 있을까가 걱정됐다. 그래서 가족들은 반대했지만 혼자서 분양 신청을 했다”는 그는 생활이 크게 바뀌었다고 했다.
“원래 늘 혼자였는데 로얄이와 같이 다닌 뒤로 말을 거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친구도 생겼구요. 로얄이가 다 알아서 해주니까, 어딜가도 자신감이 생겼어요. 로얄이가 없었으면 어학연수를 갈 용기를 내지 못했을 거 같아요.”
삼성의 시각장애인 안내견 사업이 올해로 20돌을 맞았다. 1993년 세계 최초로 기업이 세운 안내견 양성소로 문을 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지금까지 모두 164마리의 안내견을 배출해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도록 도왔다. 23일에는 서울 을지로 삼성화재 본사에서 20돌 기념식과 6명의 시각장애인이 새로 안내견을 분양받는 행사가 함께 열렸다. 행사장은 안내견을 어릴 때 키웠던 봉사자 등의 웃음과 눈물로 가득찼다. 안내견학교의 성공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안내견 ‘미담’의 파트너 김경민씨와 ‘미래’의 파트너인 강신혜씨는 대학 4년을 무사히 마치고 각각 영어·국어 교사가 됐다. 서울시 7급 공무원에 합격해 안내견 ‘온유’와 함께 공직생활을 시작한 최수연씨, 안내견 ‘창조’·‘찬미’와 함께 음대 졸업 뒤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예지씨 등 시각장애인들의 활동 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삼성화재의 위탁을 받아 안내견학교를 운영중인 삼성 에버랜드 관계자는 “안내견에 대한 인식이 더 넓게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사진 삼성화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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