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지원 받는 장애아’ 100명중 3명뿐

'장애는 퇴근시간 없는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장애인 활동보조 24시간 보장 예산확대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김주영씨의 영정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중증장애인이었던 김주영씨는 10월26일 서울의 한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강창광 기자 [e-mail]

연간예산 40억으로 턱없이 부족
이용시간도 짧고 신청절차 복잡
화재사망 소녀 가족도 혜택 못받아

장애를 가진 동생(11)을 돌보다 화재를 피하지 못해 누나 박지우(13)양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장애아 돌봄 사각지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의 장애아 가족 양육지원 서비스(장애아 돌봄서비스) 이용자가 전체 장애아의 3%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9월 말 현재 전국에서 장애아 돌봄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아동은 모두 2332명으로 전체 18살 미만 등록 장애아 7만8186명의 2.98%에 머물렀다. 경기도의 경우 등록 장애 아동은 모두 1만9101명이지만 장애아 돌봄서비스 이용 아동 수는 1.66%인 317명에 그쳤다.

이처럼 양육지원 서비스의 이용률이 낮은 것은 예산 부족 탓이 크다. 전체 예산은 올해 40억원이지만, 돌보미 교육비와 다른 가족지원 프로그램을 빼면 30억원대 수준이다. 서비스 최대 시간은 연간 320시간으로, 한주에 두세번 하루 2시간가량 이용할 수 있는 정도다. 내년에도 서비스 이용 시간은 늘지 않고 이용자만 올해의 2300여명에서 3000명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거동이 불편한 1급 장애인들의 일상생활과 외출 등을 돕는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도 아동 이용자 수가 많지 않다. 활동지원을 받고 있는 전국 장애아동은 전체의 17% 수준인 1만3772명에 그친다. 양육지원 서비스를 받는 수를 합해도 전체 장애아동의 20.6%(1만6104명) 수준이다.

신청하기가 번거롭다는 점도 문제다. 1~2급 장애아동을 둔 부모가 동주민센터에 신청한 뒤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통해 소득조사(전국 가구 평균소득 100% 이하)를 거쳐야 한다. 경기도 파주시 아파트 화재사건으로 숨진 박양의 부모도 지난해 서비스를 신청한 뒤 올해 재신청을 하지 않아 아예 대상에서 배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에서 이 사업을 위탁받은 기관의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지원을 받지 못했고, 올해는 아예 대상자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기룡 사무처장은 “장애인 단체들이 서비스를 늘리라고 수없이 요구해왔고, 올해부터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이 시행됐음에도 예산 증액이 되지 않았다. 이번 사고는 장애아동 돌봄지원체계 및 가족지원체계와 활동지원제도의 부실이 낳은 인재”라고 말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예산이 적어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 못하고 신청자 위주로만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내년엔 소득이 있는 사람들에게 일부 본인 부담을 하게 하면서 보완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