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성인자녀까지 병든 부모가 책임지라니…”

암투병 이진섭씨, 발달장애 아들과 국토종단

암투병 이진섭씨, 발달장애 아들과 국토종단

자녀와 관계 끊어야 수급 가능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돼야
길에서 죽어야 가족들이 사나

“성인 장애인 자녀까지 늙고 병든 부모가 책임지라는 곳이 우리나라입니다. 자녀와 관계가 끊어져야 수급을 받으니, 가난한 부모는 장애인 자식을 위해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아버지 이진섭(48·오른쪽·사회복지사)씨와 서번트증후군을 앓고 있는 발달장애인 아들 균도(20·왼쪽)씨 부자가 21일 서울에 도착했다. ‘발달장애인법 제정’과 ‘부양 의무자 폐지’를 내걸고 지난달 23일 광주를 출발해 500여㎞를 걸어온 것이다.

발달장애인법은 지적·자폐성 장애와 이를 동반한 뇌병변장애인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을 보장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씨는 “부양 의무자 기준이 반드시 폐지돼야 발달장애인법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정을 요구하며 부산에서 서울까지 630㎞를 걸었다. 그해 6월 임시국회에서 법이 통과된 뒤 부자는 10월 부산에서 광주까지 2차로 520㎞를 더 걸었다. 그동안 아들은 건강해졌지만 아버지는 야위어갔다. 이씨는 지난해 초 직장암 진단으로, 뒤이어 아내도 갑상샘암으로 수술을 받았다.

이씨는 조만간 국가를 상대로 ‘원전 피해 주민소송’을 낼 생각이다. 결혼 이후 2010년까지 기장군 장안읍과 일광면 등 고리원전 인근에서 살아와, 온 가족이 암과 자폐 등 피해를 봤다고 믿기 때문이다. “돈이 목적이 아니니, ‘1000원 손해배상’(1달러 소송)을 낼 겁니다. 국가가 국민에 대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국내 첫 사례가 될 이 소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산지부(변영철 변호사)에서 도울 예정이다.

글·사진 이유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