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5.15 22:05
수정 : 2011.05.1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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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유모차로 아빠랑 큰세상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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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 아들과 철인3종’ 박지훈씨
수영·마라톤·사이클 함께 완주해
2003년 아들 은총(8·뒤쪽)이가 태어났을 때 의사들은 ‘앞으로 1년밖에 못 살 것이니 운명으로 생각하라’고 했다. 한쪽 뇌가 위축되고 몸이 마비되는 스터지웨버 증후군 등 6가지 희귀성 난치병을 갖고 태어난 은총이는 지금까지 수술만 9차례 받았다. 백일 무렵엔 오른쪽 뇌 부위를 잘라냈고, 녹내장으로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었고, 말도 할 줄 모른다. 6살까지는 움직이지도 걷지도 못했다. 재활치료를 받는 지금은 절룩거리며 걷긴 하지만, 금방 주저앉곤 한다.
아버지 박지훈(37·앞쪽)씨는 다니던 은행도 그만두고 은총이의 재활치료를 위해 24시간 함께 지내고 있다. 유치원에 다니면서 성격이 밝아진 은총이는 올해 특수학교에 들어갔다. 박씨는 “은총이가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선생님들과 교감하면서 사회생활을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씨 부자는 15일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열린 ‘2011 서울 국제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참가했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배고프고 아픈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은총이의 꿈을 위해 아버지는 아들을 보트에 태워 줄로 끌면서 수영하고, 휠체어에 앉혀 밀면서 달려 완주해냈다. “거센 물살을 만나 수영하느라 힘이 들었지만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려는 마음으로 이겨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은총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려고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대회에 함께 처음 참가했다. 수영(1.5㎞)에서는 은총이를 태운 고무보트를 붙잡고서 헤엄쳤고, 마라톤(10㎞) 경기에선 유모차에 태워 밀면서 뛰었고, 사이클(40㎞)에서는 유모차를 매단 채 페달을 밟았다.
자살을 고민하던 사람이 은총이와 함께 뛰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마음을 돌렸다는 사연 등 세상의 응원에 힘을 얻었던 박씨 부자는 앞으로도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계속 참가할 작정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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