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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30 20:23 수정 : 2010.11.30 20:23

‘홀로서기’ 준비하는 뇌병변 1급 장애 황인현씨
‘시설 생활은 선택권 박탈’
양천구청 상대 소송 진행
국외에선 기본권으로 인정

“어릴 때부터 누워서 지냈어요. 심심하면 혼자서 라디오를 뜯었다가 다시 조립했지요. 이제 그 솜씨를 살려 전파사를 차리고 싶어요.”

지체장애(뇌병변) 1급 장애인 황인현(40·사진)씨는 스물한 살 때부터 19년 동안 시설에서만 살았다. 그는 지금 홀로서기를 준비중이다. 집단생활이 몸에 밴 그는 자립한다는 게 무척 힘들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스스로 헤쳐나간다고 생각하면 맘이 설렌다. 장도 보러가고, 친구를 만나러 지하철을 타는 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황씨는 지금 김포 양촌면 중증장애인요양시설 ‘향유의 집’에서 독립하기 위해 서울 양천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중이다. 시설은 김포에 있지만 관리 관청이 양천구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업법 ‘제33조의2’에는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자와 그 친족 그밖의 관계인은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거지원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주거지원이 필수적이다.

법원은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주거지원을 정부의 의무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자립 생활권을 장애인의 기본권으로 보고 있다. 1999년 미국에서 2명의 정신장애인이 시설수용이 아닌 지역사회 자립 형태로 지원해달라는 소송에서 승소한 적도 있다. ‘옴스테드 판결’로 불리는 이 판례는 수많은 정신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에 영향을 끼쳤다.

“단체생활을 하다보면 내 의지대로 못 살잖아요. 그래서 뇌병변 장애인들이 서너명 함께 살 수 있도록 소공동체 주거공간을 마련해달라는 것이죠.” 그는 “자립을 위해 취업훈련도 받고 싶다”고 했다.

흔히 뇌성마비로 불리는 뇌병변은 뇌신경의 손상 등으로 근육이 굳어 힘이 없거나 운동장애를 일으킨다. 하지만 인지능력은 정상인과 같아서 스스로 생활·교육·학습능력을 갖춰, 자립생활을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가 나와 있다.

그는 “모든 장애인들, 특히 뇌병변 동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며 “그들이 시설을 나와 자립해 자유롭게 살게 하고싶다”고 밝혔다. 시설장애인들의 자립을 돕는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박숙경 활동가는 “시설 장애인들은 자신의 선택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왔다”며 “정부는 공동생활가정이나 자립생활 등으로 지원방식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사진 손준현 선임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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