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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9.14 18:48 수정 : 2010.10.27 10:49

특허청 특채 지정훈씨

14일 정부의 중증장애인 특채에서 사상 처음으로 5급 공무원에 합격한 지정훈(31·사진)씨는 3급 지체장애인이다. 태어난 지 돌도 채 안 돼 뇌성마비에 걸렸다. 다섯살이 될 때까지 걷지 못했다. 홀로 몸을 가누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웠다. 가족들의 도움으로 재활치료에 몰두했다. 몸은 꽤 편해졌지만, 팔은 여전히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인다.

지씨는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컴퓨터를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맨손으로 글씨를 쓸 수는 없었지만, 끈질긴 연습 끝에 자판과 마우스로 글을 쓰는 법을 깨우친 그이다. 컴퓨터는 그에게 세상과 소통하고 호흡하는 창이다. 1998년 경성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하면서 꿈이 생겼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2005년 석사학위를 땄고, 이어 부산대 컴퓨터공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5년 동안 연구한 끝에 지난달 ‘유전체 서열 분류 기법을 이용한 프로그램 유사도 비교’ 논문으로 박사학위도 받았다.

그렇다고 그는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한 것이 아니다. 불편한 몸이었지만 2000년에는 학교를 휴학하고 효성중공업 개발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 경험을 쌓았고, 2007년에는 삼성전자가 주최한 휴먼테크 논문 대상에 응모해 동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중증장애인 일괄 특채에 응시했고, 5급 직위에 상당하는 직무수행 능력을 인정받아 합격했다. 그는 특허청에 배치돼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전자제품과 관련한 특허 심사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지씨는 “공직에서 일할 기회가 생겨 기쁘다”며 “더욱 많은 장애인들이 공직에 진출해 자기 능력을 펼쳐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행안부는 올해 중증장애인 특채에서 지씨를 포함해 14명이 최종 합격해 행안부와 고용노동부, 환경부 등 13개 부처에 배치된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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