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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26 22:15 수정 : 2010.07.26 22:15

지난 23일 절단장애인협회 회원으로 구성된 9명의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의 도움을 받아 몽골 체체궁산에 오르고 있다. 절단장애인협회 제공

신체장애인 9명, 몽골 체체궁산 정상에 우뚝
두 다리·한 팔 잃은 30대…수술한지 한달된 10대…
바위산·급경사에도 이 악물어 “이젠 못할게 없다”

“13년 만에 느껴보는 성취감입니다.”

12년 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은 가규호(35)씨가 지난 23일 몽골 체체궁산 정상에 선 채 감격에 겨워 말했다. 체체궁산은 바위도 많고 90도에 가까운 가파른 경사가 있어 비장애인도 쉽게 오르기 힘든 트레킹 코스다. 가씨는 사고가 나기 전인 1997년에 한라산 정상에 오른 이후 13년 만에 등산에 도전해 당당히 정상에 올랐다. 그는 “사고 뒤 바깥 활동을 잘 안 했는데 이젠 뭐든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절단장애인협회 회원으로 구성된 9명의 장애인들은 이날 몽골 울란바토르의 4대 성산 가운데 가장 높은 체체궁산(2258m)을 9시간에 걸쳐 올랐다. 9명 가운데 8명이 한쪽 또는 두 다리가 없는 이들이었지만 이들은 의족과 비장애인 멘토의 도움을 받아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모두 정상 등반에 성공했다. 이들의 멘토가 되어 등산을 도운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들은 예상 시간보다 2시간이나 빨리 트레킹을 마친 이들에 대해 “정말 대단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9시간의 여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어이쿠~!” 두 다리와 한 팔이 없는 신명진(33)씨가 등산 도중 바위를 헛디뎌 넘어지기도 했다. 신씨는 넘어질 때 몸을 가누거나 충격을 덜 수 있는 무릎과 팔이 없어 남들보다 다칠 위험이 훨씬 높았다. 하지만 사색이 된 주변인들과 달리 신씨는 “이런 일들은 수도 없이 겪었다”며 침착하게 몸을 수습하고 일어나 다시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지난 23일 절단장애인협회 회원으로 구성된 9명의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의 도움을 받아 몽골 체체궁산에 오르고 있다. 절단장애인협회 제공
한 시간 뒤 울란바토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상에 올라선 신씨는 “기분 정말 최고다”라며 목놓아 함성을 질렀다. 신씨는 5살 때 인천 소래포구 염전에서 소금을 운반하는 기차에 깔려 두 다리와 한 팔을 잃었지만, 지금은 등산뿐 아니라 수영, 볼링, 스킨스쿠버 등에 도전하는 만능 스포츠인이다.

함께 트레킹에 나섰던 청소년들의 의지도 어른들 못지않았다.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조아무개(14)양과 황아무개(13)양은 어른들을 따라 이를 악물고 한 발 한 발 정상을 향해 다가갔다. 특히 황양은 아직 성장판이 닫히지 않아 절단 부위에서 계속 자라나는 뼈를 깎아내는 수술을 받은 지 한 달밖에 안 된 상황이었다. 산행 중 2시간에 한 번씩 황양의 환부를 소독해주며 멘토 역할을 한 경찰청 소속 배윤희 경사는 “아이들이 과연 끝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걱정한 내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로 잘해줬다”며 감격스러워했다.

7월21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몽골을 방문한 절단장애인협회는 트레킹 외에도 울란바토르와 투워 아이막 지역을 돌며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쌀과 밀가루를 전달하고, 학생들에게는 학용품과 과자를 나눠줬다. 이번 행사를 후원한 박의지보조기(Park O&P)에서는 몽골의 절단장애인 3명에게 의족을 맞춰 선물하기도 했다.

김진희 절단장애인협회 회장은 “장애인들은 받기만 하는 사람들이라는 선입견을 깨뜨리고 싶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며 “고된 트레킹으로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다보니 모두들 스스로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울란바토르/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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