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절단장애인협회 회원으로 구성된 9명의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의 도움을 받아 몽골 체체궁산에 오르고 있다. 절단장애인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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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장애인 9명, 몽골 체체궁산 정상에 우뚝
두 다리·한 팔 잃은 30대…수술한지 한달된 10대…
바위산·급경사에도 이 악물어 “이젠 못할게 없다”
“13년 만에 느껴보는 성취감입니다.”
12년 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은 가규호(35)씨가 지난 23일 몽골 체체궁산 정상에 선 채 감격에 겨워 말했다. 체체궁산은 바위도 많고 90도에 가까운 가파른 경사가 있어 비장애인도 쉽게 오르기 힘든 트레킹 코스다. 가씨는 사고가 나기 전인 1997년에 한라산 정상에 오른 이후 13년 만에 등산에 도전해 당당히 정상에 올랐다. 그는 “사고 뒤 바깥 활동을 잘 안 했는데 이젠 뭐든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절단장애인협회 회원으로 구성된 9명의 장애인들은 이날 몽골 울란바토르의 4대 성산 가운데 가장 높은 체체궁산(2258m)을 9시간에 걸쳐 올랐다. 9명 가운데 8명이 한쪽 또는 두 다리가 없는 이들이었지만 이들은 의족과 비장애인 멘토의 도움을 받아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모두 정상 등반에 성공했다. 이들의 멘토가 되어 등산을 도운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들은 예상 시간보다 2시간이나 빨리 트레킹을 마친 이들에 대해 “정말 대단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9시간의 여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어이쿠~!” 두 다리와 한 팔이 없는 신명진(33)씨가 등산 도중 바위를 헛디뎌 넘어지기도 했다. 신씨는 넘어질 때 몸을 가누거나 충격을 덜 수 있는 무릎과 팔이 없어 남들보다 다칠 위험이 훨씬 높았다. 하지만 사색이 된 주변인들과 달리 신씨는 “이런 일들은 수도 없이 겪었다”며 침착하게 몸을 수습하고 일어나 다시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지난 23일 절단장애인협회 회원으로 구성된 9명의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의 도움을 받아 몽골 체체궁산에 오르고 있다. 절단장애인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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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토르/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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