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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18 21:46 수정 : 2010.07.26 11:28

최병문(46)씨

몽골 체체궁산 트레킹에 도전하는 절단장애인 최병문씨

군대서 사고난 날 어머니 숨져
긴 방황 뒤 의지보조기술자로
아들에게 ‘한계극복’ 보이고파

1985년 7월20일. 당시 스물 한 살 나이로 강원도 철원에서 군복무 중이던 최병문(46·사진)씨에게 두 개의 큰 시련이 닥쳤다. 이날 새벽 위암으로 투병 중이던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최씨는 이날 저녁 삽차에 다리가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최씨는 급히 수도통합병원으로 옮겨졌고 몇 개월 뒤 왼쪽 다리 무릎 윗부분을 절단해야 했다.

가족들은 입원해 있는 최씨에게 어머니 사망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투병 중이라 면회를 못 오신다는 말만 했다. 그렇게 5개월이 흐른 뒤에야 최씨는 면회 온 외할머니를 통해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처음으로 들었다. “임종을 지켜드리지 못 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한쪽 다리가 잘린 채 제대한 최씨는 부산으로 내려가 몇년동안 방탕하게 살았다. 돈이 생기면 술집으로 달려갔다. 온갖 종류의 술집을 전전하며 지냈다.

인생의 전환점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자신의 의족을 만들어주던 사람에게 심심해서 던진 “그 기술은 어떻게 배워요?”라는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그때부터 최씨는 의지보조기 제작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쉽지 않았다. 일은 힘들었고 첫 봉급은 7만원이었다. 매일 마시던 술을 끊는 것도 어려웠다.

그러다 1993년 인천으로 올라왔다. 방탕한 생활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올라온 인천에서 최씨는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그러나 결혼은 쉽지 않았다. “처음엔 처가의 반대가 심했어요. 그러나 5년 동안 꾸준히 성실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렸더니 장모님께서 ‘이제 결혼해야지’라고 하시더군요.”

현재 박의지보조기 회사에서 23년 경력의 베테랑 기술자로 일하는 최씨에게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있다. 자신의 모습에 항상 당당한 최씨였지만 아들이 자신을 아버지로서 어떻게 생각해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최씨는 “지금은 아들이 아빠와 대중목욕탕을 가기를 좋아하지만 사춘기가 왔을 때 어떨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최씨는 생애 최초로 ‘등산’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주면서 당당하고 멋진 아빠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다. 최씨는 오는 7월21일부터 5일 동안 절단장애인협회와 함께 몽골 체체궁산 트레킹에 나선다. 이번 행사는 최씨가 다니는 박의지보조기(Park O&P)와 의수족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기업인 오서(OSSUR), 영화배우 정준호씨가 후원한다. 최씨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2258m 높이의 체체궁산을 다른 절단장애인들과 함께 11시간에 걸쳐 오를 예정이다.

“절단장애인들이 오랜 시간 걷게 되면 절단 부위가 까지고 물집이 잡혀 위험합니다. 그러나 이런 도전을 통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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