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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22 20:47 수정 : 2010.06.22 22:24

손·허리 묶어놓고 학대…수당 ‘꿀꺽’ 의혹
인권위, 시설원장 고발·재발방지책 권고

의사소통과 행동이 불편한 발달장애 1급 정아무개(18)군은 올해 초까지 수년 동안 비인가 장애인시설에서 때때로 손과 허리를 묶인 채 지냈다고 한다. 진료기록부에도 ‘가끔 손을 묶어 둔다’는 표현이 나온다. 인천 계양구 장기동에 있는 이 시설의 최아무개(58) 원장은 정군같은 장애인들 앞으로 나오는 장애수당을 가로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최 원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보건복지부장관과 인천시 및 계양구청에 재발방지책 수립과 철저한 지도·감독을 권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인권위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0조(가족·가정·복지시설 등에서 차별금지)와 제32조(괴롭힘 등의 금지)를 적용해 이런 권고를 하기는 처음이다.

인권위는 최 원장이 시설 내 장애인들을 최대한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도, 정군 등 지적장애인들의 허리와 손목을 묶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 제4항의 학대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또 번호키를 설치해 이동을 제한한 행위와 퇴소할 뜻을 밝힌 최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의 퇴소를 시키지 않은 것은 같은 법 제30조 3항이 규정하고 있는 이동의 자유 제한 금지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최 원장이 지난 2008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수급비와 후원금 등 모두 4억4600여만원을 관리·사용하면서 지출내역과 증빙자료 등을 갖추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작성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최 원장이 이 돈 가운데 1억1000여만원을 범칙금과 양도소득세 등 사적인 용도로 쓴 사실을 인정했고, 나머지 3억2000여만원은 회계자료 없이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을 인권위에 진정한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미신고 장애인 시설에서는 이번 사례와 같은 차별이 더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현재 사회복지시설인권연대 등에서 미신고 장애인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손준현 선임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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