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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3 04:59 수정 : 2020.01.03 09:37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인 허재영 충남도립대 총장이 지난달 30일 충남 청양군 충남도립대에서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허 위원장은 “2월 말까지 (4대강 보 처리 방안의) 초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충남도립대 제공

[허재영 국가물관리위원장 인터뷰]

정권에 유·불리 따지지 않고
‘합리적 결론’ 나면 총선 전 발표

1년내내 물 가득차길 바라면 욕심
자연 순리에 맞는 물관리가 최선

강은 유역민들의 생태 네트워크
의견수렴·공동체 회복 등 중요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인 허재영 충남도립대 총장이 지난달 30일 충남 청양군 충남도립대에서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허 위원장은 “2월 말까지 (4대강 보 처리 방안의) 초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충남도립대 제공

2008년 사업 추진 발표 이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4대강 사업의 보 처리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최종 판단이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보 처리안을 확정하는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오는 2월 말까지 결론을 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르면 4월 총선 전 확정될 가능성도 있다.

허재영 국가물관리위원장(충남도립대 총장)은 지난달 30일 충남 청양군 충남도립대에서 <한겨레>와 만나 “2월 말까지 (4대강 보 처리 방안의) 초안을 마련한 뒤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판단된 결론이 난 시점에 환경부에 회신하겠다”고 밝혔다. 2월 이후 4대강 보 처리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겠다는 것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선 전후”를 보 처리 방안 확정 시기로 짚은 바 있다. 위원회의 결정 공표 시기가 4월 총선 전이 되면 총선의 ‘재료’가 되는 건 뻔한 일이다. 이에 대해 허 위원장은 “어떤 식이든 보 처리 결정은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지만, 정권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합리적 결론’이 난 시점이라고 판단되는 때에 주저하지 않고 환경부에 (위원회의 결정을) 회신하겠다. 내일이 총선이라도 오늘 발표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2월, 4대강 보 해체를 제안했다. 이명박 정부가 지은 보로 강의 수질과 수생태계가 악화됐으니, 사용 연한(40년) 동안 비용을 들여가며 보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이런 제안을 통해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일부)를 비롯해 영산강의 죽산보를 해체하고, 백제보(금강)와 승촌보(영산강)는 수문을 상시 개방하는 안을 제시했다. 당장 논란이 일었다. 예산 낭비라는 반발부터 농업용수 부족을 호소하는 농민도 있었다. 결정은 미뤄졌고 결국 해를 넘겼다. 최종 결정은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지난해 8월 출범한 국가물관리위원회로 넘어갔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세종시 연기면 세종보의 수문이 열린 채 강물이 흐르고 있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지난해 2월 세종보를 포함, 금강과 영산강의 4대강 보 해체와 상시개방을 제안했다. 세종/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당연직인 각 부처 장관과 유역위원장 등을 제외한 국가물관리원회 민간위원 20명은 지난 4개월 간 50여차례 만났다. 허 위원장은 그간 “위원회 규정을 만들고 분과를 구성한 뒤 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 4대강 보 처리 방안에 대한 학습과 토론을 했다”며 지난 4개월을 “위원들의 학습 기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위원들의 전문) 분야가 다 달라서 유사한 수준의 이해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진 진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허 위원장은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결함은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이었다는 것”이라며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를 일부 정책 결정자와 기술자가 짧은 시간에 해버렸다. 더디고 답답해도 그와 다른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그러면서 “무엇보다 해당 지역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강유역위원장과 영산강·섬진강유역위원장에게 “지역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요청할 생각”인데 “이 의견이 초안을 다듬는 과정에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지역 의견 수렴 과정에 정확한 정보가 제공돼야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해당 지자체나 의회 의견이 이따금 언론을 통해 나오긴 했지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아 혼란이 있는 것 같다”며 “지난해 초 보 처리안 제시 때 이후 조사된 것도 있으니 다 넘겨 받아 종합적으로 봐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위원회 내부에서 논의 중인 보 처리 판단 기준도 제시했다. 그는 “조사·평가 기획위의 판단 근거는 비용편익(B/C)분석이었는데, 우리는 그보다 먼저 수문을 열거나 보를 없앨 경우 수질과 수생태계가 개선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 기대가 증명이 돼야한다. 비용편익분석은 그 이후”라고 했다.

그러면서 허 위원장은 “자연 순리에 맞는 물관리”를 강조했다. 그는 “물이 가득 차 있는 외국의 대하천은 강수 분포 때문에 원래 그러한 것이고, 우리의 하천은 가뭄 때 물이 적은 게 정상”이라며 “필요에 따라 인공의 조작을 하지만 기본적으론 자연 순리에 적합한 형태로 물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1년 내내 물이 가득차 있는 걸 바라는 건 욕심이다. 그러고도 문제가 없으면 모르지만 문제가 생기지 않나”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이춘희 세종시장이 세종보 유지 필요성을 언급하자 금강살리기시민연대가 세종시청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그는 10여년 전 이뤄진 한강 경관에 대한 한 조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수중보로 물을 가둔 지금과, 과거 계절에 따라 물이 줄고 늘며 모래사장이 있던 자연하천의 경관을 서울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선호를 물은 것이다. 대상은 탑골공원의 고연령층과 이태원의 젊은이들이었는데 전자는 과거 경관을, 후자는 지금 경관을 꼽았다. 허 위원장은 “젊은이들은 지금 모습을 당연하게 인식하고 옛 사람들은 추억을 떠올리는 것”이라며 “경관 선호는 이런 게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하천 경관에 대한 선호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허 위원장은 무엇보다 강이 “유역민들의 생태적 네트워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도 공학자이지만 강에 대해 기술적으로만 접근하는 경향은 문제라고 본다. 물이 더러워지면 기술자들은 정수 처리만 생각하는데 애초 원수가 깨끗한 게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유역의 사람들이 강을 토대로 삶의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살다보면 폐수가 나올 수 밖에 없고 물 이용량이 늘 수밖에 없다. 이럴 땐 이용량 억제, 정수 처리 같은 기술도 중요하지만 기술 외적인 문제도 있다. 두 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역사·문화적, 인문학적 접근이 있어야 강이 생명을 갖고 지속가능해진다”라고 강조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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