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풍 차단-우주탐사-공해감지 활용"
"테러리스트에 의해 공중납치된 여객기에 `잠자리 종이 로봇'을 투입, 기내상황을 외부에 생생히 전달하고 필요할 경우 독침을 쏴서 테러리스트를 제압한다" 마치 007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지만 국내 연구진이 그 실현가능성에 도전하고 있다. 인하대 기계공학과 김재환(金才煥ㆍ44) 교수는 셀룰로오스(섬유소:纖維素) 함량이 높은 종이에 전기를 흘려주면 내부에 떨림이 발생해 마치 근육처럼 움직인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발견, 이 원리를 이용해 잠자리처럼 날아다니거나 벌레처럼 기어다니는 `종이 로봇'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김 교수는 지난 2001년 연구논문을 국제학회(Smart Structure Material)에 발표하고 최근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으로 종이 로봇을 이용해 인공위성에 사용되는 태양풍 차단막과 우주 탐사로봇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팀이 개발중인 종이 로봇은 셀룰로오스 함량이 높은 종이에 나노밀리미터 두께의 전극을 입혀 전극에 전기를 흘려주면 발생하는 떨림현상으로 움직이는 `생체모방종이작동기'를 응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종이의 떨림 원인이 전기를 진동으로 바꿔주는 압전효과와 종이 내부의 결정과 비결정부분을 옮겨 다니는 전하의 움직임이 힘으로 바뀌는 `이온전이' 현상 때문이라는 사실도 규명했다. 이런 성질을 가진 종이 위에 얇은 안테나와 고주파 신호를 전기로 바꿔주는 회로만 덧붙이면 간단하게 '종이로봇'이 만들어진다. 기존 로봇의 회로기판을 실리콘 대신 종이로 대체한 것이다.
이 종이 로봇은 10∼20기가헤르츠(㎓)의 마이크로웨이브를 통해 전력를 공급받고 제어신호를 수신하기 때문에 무거운 배터리를 싣고 다니지 않고도 스스로 움직인다. 김 교수는 지난 2003년 7월 과학기술부 창의적연구진흥사업의 생체모방 종이작동기사업단 책임자로 선정돼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으며 미 공군으로부터도 일부 연구비 지원을 받고 있다. 김 교수는 "올 여름께 벌레처럼 기어다닐 수 있는 종이 로봇을 개발, 최초의 종이 로봇을 선보일 예정"이라면서 "한국의 전통종이인 한지를 이용한 종이 로봇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이 로봇은 무인정찰, 공해감지, 교통량 수집 등 전문적 분야외에도 실생활에 그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면서 "종이로봇이 실용화되면 실생활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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