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09 14:55
수정 : 2019.09.0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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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흠경각 옥루’.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관에 전시돼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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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대 자격루 이은 두번째 자동물시계
시보장치는 4단 아닌 5단 새 사실 확인도
중국 수차·이슬람 구슬 등 해외기술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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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흠경각 옥루’.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관에 전시돼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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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세종 때 장영실의 자동물시계 ‘흠경각 옥루’가 581년만에 복원됐다. 국립중앙과학관(관장 정병선)은 9일 윤용현 과학유산보존과장을 주축으로 고천문학자, 고문헌학자, 복식사학자, 조경사학자, 고건축학자 등과 협력해 3년간 연구한 끝에 흠경각 옥루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흠경각 옥루’는 조선시대 임금을 위한 자동물시계로, 1438년 1월 경복궁 천추전 서쪽에 설치됐다. 세종은 첫번째 자동물시계인 경회루 남쪽의 자격루가 경복궁 후원 간의대의 천문의기와 멀리 떨어져 있어 천체관측에 불편한 점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흠경각을 짓고 이곳에 새로운 자동물시계 옥루를 제작해 설치하도록 했다.
복원팀은 <세종실록>과 <동문선> <신증동국여지승람> <어제궁궐지> 등에 실린 흠경각 옥루의 내용을 대조한 결과 흠경각 옥루의 시보 장치가 그동안 알려진 것과 같은 4단이 아니라 5단이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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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경각 옥루 내부 구조도.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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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과학관에 따르면 옥루는 1434년에 제작한 자격루와 비교할 때, 제작 의도와 구조에서 전혀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자격루는 당시 조선의 표준시계로서 시각의 정밀도에 초점을 맞춘 반면, 흠경각 옥루는 농경생활에서 하늘이 정해주는 시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즉 천문과 지리와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수차 동력장치와 이슬람의 구슬을 활용한 인형 구동장치 등 세계의 선진 과학기술을 융합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흠경각 옥루는 2시간 간격의 시(時), 90분 간격의 경(更), 18분 간격의 점(點)에 맞춰 차례로 인형들이 종, 북, 징을 자동으로 치는 방식으로 눈과 귀로 시간을 알려줬다. 흠경각의 설치로 세종은 대규모 천문의기 제작 사업을 7년만에 완성했다. 최초의 자동물시계인 자격루는 남문현 건국대 교수가 20여년 연구 끝에 복원해 573년만인 2007년 국립고궁박물관 개관에 맞춰 설치했다.
복원된 ‘흠경각 옥루’는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관 전통과학분야에 전시돼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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